정부조직개편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앙부처로 독립됐다.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경제장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옛 경제기획원이 하던 인사도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 했다.

세계화추세에 맞추어 기업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테니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런 독립은 말뿐이다.

위장장의 국무회의참석은 빚좋은 개살구다.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표세진공정거래위원장은 회의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총리실 행정조정실장 비서실장등이 앉는 배석자자리 한구석을 차지해야만
했다.

그래서 발언도 못했다.

총무처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차관급이기 때문에 장관급이 차지하는
라운드 테이블자리를 줄수 없다고 공정위에 통보했다.

배석자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아있으라고 하려면 무얼하려고 국무회의
참석권을 준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경제장관회의는 정식멤버가 아닌 농협중앙회회장도 라운드테이블에
앉도록 하는 점에 비추어보면 총무처의 논리는 이해가 안간다.

인사는 더 난맥상이다.

재정경제원은 옛날의 인연을 들어 공정위상임위원(1급)자리에 옛
재무부출신국장 2명을 1급으로 승진발령키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이게 탈법이다.

공정거래법에는 상임위원은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업무에 경험이 있는
자"를 임명요건으로 달고있다.

공정위근무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상임위원은 불공정행위를 심판하는 전문가 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원은 경제부처에 근무했으면 "유사경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한다.

최근에 사임을 표명한 김모위원도 공정위 근무경험이 없었지만
임명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변칙이었다"고 강봉균 옛기획원차관도 고백했다.

더구나 한이헌경제수석은 민자당 전문위원시절 상임위원자리를 노리다
이조항 때문에 미역국을 먹은 적이 있다.

법조항을 떠나 경제부처에서 20년 넘어 근무했다면 상임위원을 할 수
있는 식견이 있다고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를 독립시킨다고 해놓고 핵심자리인 상임위원을 재정경제원
인사적체 해소용으로 쓴다면 독립은 요원한 과제일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