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관련된 보상문제에는 주는쪽과 받는쪽간에 실랑이가 오가게 마련이다.

곧잘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되기도 한다.

자동차보험 보상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자동차보험관련 소송이 7천~8천건에 이르는게 이를 말해준다.

특히 돈을 잘 버는 변호사 의사등 전문직 종사자가 죽거나 크게 다치면
거의 대부분 법정에서 보험금이 결정된다.

잘 알려진 일화도 적지 않다.

지난89년6월 경부고속도로상에서 승용차와 버스가 추돌, 승용차에 타고
있던 성모씨(당시 50세.변호사)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사망자에 대한 보상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험사와 유족이 팽팽히
맞섰다.

보험사가 제시한 보상금액은 3억원인데 반해 유족측의 요구는 무려 16억
1,000만원에 달했다.

양측의 계산차이는 죽은 이의 월평균수입기준을 두고 줄다리기를 벌인데서
비롯됐다.

유족측은 성변호사의 월평균수입이 7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반면
보험사는 성변호사의 세무신고소득인 250만원이상은 인정할수 없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수 밖에 없었고 2년여의 시간을 끈 결과
재판상 화해형식을 빌려 4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충남금산에서 내과병원을 운영하던 중 사망한 안모씨(당시32세)의 경우도
이와 비슷한 사례.

개업한지 3년이 지나도록 세무신고를 하지 않은 그가 죽자 가족들은
관할세무서에 월평균 650만원의 소득이 있었다고 뒤늦게 신고하고 10억
8,000만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개업3년밖에 안된 젊은 의사에다 그동안 세무신고를 하지
않은 점을 감안, 월 280만원의 소득을 기준으로 총3억2,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같은 판결이 실제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원리에 따라 적정한 보상이
되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세금을 내기 위한 신고소득과는 달리 실제소득을 내세우며 법정에서
근거가 불투명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피해자측의 자세는 잘못된게 분명하다.

이와같은 사례들은 현행 자동차보험제도가 지닌 맹점을 드러냈다는 점
에서도 주목할만 하다.

보험이 갖는 중요한 기능중 하나가 사고로 인해 처하게 될 절대 빈곤의
정도를 다소나마 덜어주자는 것.

재산이 별로 없는 사람이 만약 큰 사고라도 당하면 그야말로 가난의
굴레에 빠져 허덕이게 될것은 뻔한 일.

그러나 다행히 보험에 들어 있어 사고가 나더라도 보상금을 받을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 아주 곤란한 생활은 면할수 있다.

그러나 보험만으로는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다만 그정도를 완화해 줄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위의 사례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는 보험의 "최소한의 생계비보장차원"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볼수
있다.

사고피해자에게 있어 보험금은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많은 사람들이 낸 자동차보험료를 모아
특정인 몇몇에게 과분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이 과연 받아들여 질수 있는
것인지 다시한번 따져봐야 할 일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