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통폐합에 따른 후속인사작업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었다.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가능한한 고참들을 내보내고 승진자리를
최대한으로 확보한다는게 각 부처의 공통된 전략.

그러나 일부 고참국장이나 1급들이 반발,중하위직원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으며 이번에 감원한파를 피해간 국세청등 외청으로까지
조직정리의 삭풍의 번져가는 양상이다.

<>.홍재형부총리가 27일 추경석국세청장을 광화문1청사 부총리집무실로
부르려다가 취소해 배경에 관심이 집중.

이에대해 일부에선 홍부총리가 행시 7회가 재경원차관(이석채)을 하는
상황에서 산하기관격인 국세청에 이보다 고시선배들이 줄줄이 있는 것은
좋지않다고 판단,이들 국세청고참인력의 정리문제를 상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원관계자는 "세계화를 위해 중앙부처는 조직이 개편되고 상당수가
직장을 떠나고 있는데도 고참들이 많은 국세청같은 외청은 무풍지대인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밝혀 앞으로 외청에 인사태풍이 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

국세청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감원이 전혀 없었던데다 중앙부처와는 달리
아직 행정고시 1~4회의 "왕고참"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중앙부처직원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조직개편에 이은 후속인사에서 고참국장 5명이 1급승진
대상자로 내정되자 연쇄 승진인사를 기대하는 분위기.

이같은 승진인사는 조직개편으로 저하된 경제관리들의 사기를 단기간내에
북돋우려는 홍재형부총리의 용병술이라는 분석.

1급승진대상자에는 경제기획원출신중 김병일 전국민생활국장,재무부출신중
조건호 전감사관 강영주 전증권보험국장 이정재 전재무정책국장 한정길
전국고국장등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내정자는 현재로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재정경제위원회의
전문위원과 총리실 조정관,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등으로 옮길
것이 유력한 상태.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의 경우 총리실에서 다소 반발이 있어 마지막
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고.

1급 승진대상자가 기획원출신보다 재무부출신들이 많은 것은 과거
기획원출신들의 승진이 재무부출신보다 빠른 편이기 때문.

이로인해 일부 고참 과장들은 국장급으로 승진하는등 연쇄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홍부총리의 한 측근은 "과거 외환은행장때 홍부총리가 무려 30여명의
고참 지점장급을 내보내고 대규모 연쇄인사를 단행한 적이 있다"며
"홍부총리가 조직을 장악하는 방법이 바로 이같은 인사방법"이라고
설명.

홍부총리는 이와관련,"관세청장에서 수출입은행장으로 나올때 밤잠을
못이룰 정도로 고민했으나 결국은 그 때문에 장관이 됐다"면서 "나를
내보낸 장관에게 감사하게 됐다"고 측근들에게 털어놓기도 했다고.

<>.재정경제원은 구기획원과 재무부출신을 30-40% 섞는 선에서 조직개편
후속인사를 단행한다는 원칙아래 구체적인 인선작업을 진행중.

재경원 관계자들은 17일 오후 이석채차관 주재로 1급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일손을 놓고 인사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한 관계자는 예산실과 금융정책실이 교차인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이들 부서의 인선이 진통을 겪고 있다고 설명.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안정을 책임져야할 국민생활국장에는
기획원출신과 재무부출신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는 후문.

<>.통상산업부는 지난 26일 발표된 차관급 인사에서 안광 특허청장등
2명의 산하 외청장이 유임된 것으로 드러나자 "적어도 한 분은 용퇴하기를
기대했는데 "역시나"로 끝났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통산부 관료들의 이같은 불만은 재경원 농림수산부등 다른 경제부처들이
일부 외청장의 "용퇴"등으로 잇단 승진인사를 낸 것과 비교돼 더욱 상승
되고 있는 양상.

한 중견 과장은 "대폭적인 조직축소 개편으로 승진인사가 동결되는 등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선배들이 "용단"을
내리는 자세가 필요했다"며 아쉬움을 토로.

이와 관련, 통산부 내에서는 "전임 김장관이 물러나면서 2년가까이
재임한 외청장등에 대한 과감한 물갈이를 성사시켜야 했다"고 전임장관을
은근히 원망하는가 하면 "그렇다고 신임장관이 승진자리 하나 제대로
못만들면서 모든 책임을 "전임 탓"으로 돌리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문민실세"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는 등 전.현직 장관을
싸잡아 원망하는 분위기.

<>.통상산업부는 26일 뚜껑을 연 1급인사에서 상당수 보직을 공석으로
남겨둬 직원들사이에 "숨겨진 뜻이 뭐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통산부는 이날 인사에서 윤수길무역위원회 상임위원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지도 반려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로 재발령을 보류한 것을
비롯, 역시 사표를 제출한 특허청.공진청의 차장및 항고심판소장등
외청 1급들에 대해서도 재발령을 미뤘다.

또 엑스포재단이사장 가스공사사장 석탄공사사장등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후속인사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1급인사를 대거 "미정"으로 남겨둔 데 대해 통산부 고위관계자는
"후임인사를 본부 국장중에서 선택해야 하지만 청와대가 정부조직개편때
발표한 승진인사동결령이 해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만 설명.

내부 승진인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 1급보직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할
경우 재경원등 다른 부처에서 옷을 벗은 1급인사들에게 "자리를 빼앗길
게 뻔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런 상황때문인지 통산부 장.차관은 박청부가스공사사장이 마포
도시가스폭발사고에 책임을 지고 지난 12일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이날
오전까지도 "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는등 "내부처
몫 챙기기"에만 급급해 눈총을 받고있다.

<>.이석채재정경제원차관은 27일 취임식에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출신간의
불화가능성을 의식한듯 "두기관사람들의 접근방법은 다르지만 융화가 안될
것으로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기대.

이차관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최고의 엘리트인 재경원직원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며 "나는 융화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

이차관은 "공무원은 명예를 위해 자그마한 권한은 모두 버려야 한다"며
"항우가 유방을 매번 이기다가 궁극적으로는 졌듯이 공무원들도 전투에
이기다가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충고.

그는 "재경원차관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두려운 생각이 든다"며 "아는게
없으니 많이 도와달라"고 협조를 당부하기도.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