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금융기관들의 관심을 가장 끌어모았던 것중의 하나로는 "주인
뒤바뀌기"현상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제조업체가 휘하에 금융기관을 거느리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사업
다각화라고 할수 있으나 좁게 해석하면 금융기관이 낀 "그룹"으로의 변신
으로도 볼수 있다.

일종의 "패키지(Package)화"인 셈이다.

제조업체의 금융기관 인수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신용금고 업계다.

올들어 소유주가 변경된 신용금고는 모두 11군데.

지난 1월 건국대학 소유의 건국금고(현 기산금고)가 기산으로 넘어간 것을
비롯, 평균 한달에 하나꼴로 주인이 바뀌었다.

이중 제조업체가 인수한 금고는 건국을 포함, 5군데에 이른다.

지난 3월 김학수씨 소유의 대아금고를 한솔그룹(대아금고대주주인
고려흥진 사장은 이인희한솔그룹고문의 장남인 조동혁씨)이 인수했고
8월에는 정태수한보그룹회장이 경기삼화금고를 인수했다.

9월에도 전남순천금고가 광주의 건설업체인 공단걸설에 넘어갔고 비슷한
시기에 여수현대금고도 광주호반건설에 인수됐다.

신용금고 외에 제조업체가 거둬들인 금융기관으로는 동해종금과 충북투금을
들 수 있다.

동해종금은 지난 11월말 한솔제지가 국내최초로 호스타일(적대적) M&A
(기업매수.합병) 방식을 통해 인수, 화제를 모았다.

원래 동해종금의 경영권은 김진재민자당의원일가에게 있었으나 한솔은
약20일간 장외시장을 통해 54만여주를 사모아 25%의 지분을 지닌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8일에는 6백억원대의 부채를 안고있던 충북투금이 덕산개발로
넘어가기도 했다.

충북투금 대주주인 청방이 부채와 증자부담을 못이겨 지분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이처럼 제조업체들이 "금융기관 사냥"에 나서는 것은 <>신용금고의 경우
금융기관중 가장 인수가 용이하고 자금운용처로 적당한데다 <>종금사는
증권 리스 국제금융등 복합적인 업무를 할수 있는 고부가가치 업종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명패바꿔달기"에는 금융기관들도 한 몫을 했다.

특히 타업종에 진출,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현저했다.

그 타겟 역시 신용금고에 집중됐다.

올들어 은행등 대형금융기관이 집어삼킨 금고는 모두 5개.

지난 4월 제일은행이 상업금고(현일은금고)를 인수했고 같은 달 한일은행은
위규대출로 정부관리를 받아오던 대전국보및 논산제일금고(현한일중부금고)
를 인수했다.

8월에는 제일생명이 신용관리기금 소유의 한신금고를 넘겨받았고 10월에는
동일인대출한도 위반으로 신용관리기금등의 공동관리를 받던 충북흥업금고를
충북은행이 인수했다.

신용금고 이외의 금융기관중 다른 금융기관을 새 주인을 맞은 곳으로는
상업증권(현 일은증권)이 있다.

올 1월 제일은행은 상업증권(상업은행 소유)을 내정가보다 무려 1천억이상
의 웃돈을 얹어 매입했다.

제일은행은 상업증권 매입으로 은행 증권 투금사등을 갖춰 금융전업그룹
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이같은 금융기관의 주인이 바뀌는 현상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올해안에 매각될 예정이던 공기업민영화 대상기업들이 아직 팔리지
않은 상태로 있다.

국민은행 자회사인 부국.한성신용금고와 산업은행 자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공매입찰이 유찰돼 내년에 새 주인을 맞을 예정이다.

또 새한종금의 산업은행 지분(20.5%)도 내년중 매각될 예정이어서 새해에도
금융기관들의 "새 주인맞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