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94년 3.4분기 자금순환동향(잠정)"은 크게
네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첫째 설비투자급증으로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일반가계의 소비가 커져 가계부문의 저축이 기업의 투자를 뒷바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는 13조8천억원으로 작년 3.4분기의 9조5천억원
보다 무려 45%가량 늘었다.

기업의 자금부족규모가 커진 것은 산업용기계류와 운수설비를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자금이 모자른 기업들은 이에따라 금융시장에서 24조원의 자금을
끌어갔다.

이는 분기별 자금조달규모로는 사상 최고치.지금까지는 90년 4.4분기에
기업들이 조달해간 21조6천억원이 최고수준이었다.

기업들의 자금부족규모가 커지고 있는데 비해 개인들은 늘지않고
있다.

3.4분기중 소비증가율이 7.6%에 달하는등 내구소비재구입이나 해외여행
등에 들어가는 지출이 많아 개인들의 자금잉여(저축)규모는 작년 같은
기간과 거의 비슷한 7조6천억원에 불과했다.

이같이 개인의 자금잉여가 늘어나지 않는데 비해 기업의 자금부족규모는
급증해 개인들이 기업의 부족자금을 대주는 "개인의 기업자금부족보전율"
은 55.0%로 작년 3.4분기의 80.1%보다 크게 떨어졌다.

두번째는 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차지하는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의
비중이 엇비슷해지고 있다는 것.기업들은 그동안 주로 은행대출등
간접금융위주로 자금을 조달했으나 올들어 증시활황으로 주식과
회사채 발행을 크게 늘렸다.

경기상승세로 인해 기업들의 어음할인수요도 크게 늘어 기업어음발행도
높은 폭으로 증가했다.

직접금융을 통한 조달비중은 작년 3.4분기의 36.3%에서 올 3.4분기에는
45.2%로 증가했고 간접금융비중은 55.8%에서 47.7%로 떨어졌다.

세번째 특징은 수익성이 높은 단기금융상품과 생명보험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일반인들의 금리민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수있다.

이같은 경향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은행요구불예금은 점점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난 7월 제3단계 금리자유화의 부분조기시행으로
은행표지어음이 도입되고 양도성예금증서(CD) 거액환매채(RP)등의
만기가 91에서 60일로 단기화되면서 이들 상품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조달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중이 39.3%
에서 35.7%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개발기관 저축기관등 기타금융기관과 보험.연금쪽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들기관이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9%에서
48.0%로 증가했다.

특히 보험과 연금은 10월 1일부터 비과세대상축소로 생명보험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분기중 자금조달액이 1조4천억원에서 2조8천억원으로 두배
늘어나기도 했다.

네번째는 정부부문의 잉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정부부문은 경기상승과
소비증가로 부가가치세 법인세등 세수가 크게 늘어 자금잉여규모가
3조9천억원으로 작년 3.4분기의 1조1천억원에 비해 2백54% 늘었다.

여기에 양곡증권등 각종 국공채발행으로 7천1백억원의 자금을 조달,
전체 자금운용규모가 4조6천억원수준을 보였다.

작년같은기간의 자금운용규모는 8천억원에 불과했었다.

정부부문의 잉여자금확대는 재정운용등 정부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지만 자금잉여증대로 정부소비도 늘어나는 불건전한 양상도
보이고 있다.

정부소비지출 증가율은 작년 3.4분기 1.3%에 불과했으나 올2.4분기
4.7%로 높아진데 이어 3.4분기에는 4.9%로 까지 확대됐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