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주 <상공자원부 제2차관보>

상공자원부는 석유화학투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공급과잉 우려품목에
대해 규제를 계속 가할것인가. 아니면 명실상부하게 자유화할 것인가.

정해주 상공자원부 제2차관보와 만나 정부의 입장을 들어봤다.

-96년이후의 석유화학투자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현재 실무진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확실한 입장을 예기할수
없다. 그러나 석유화학투자와 관련한 기본입장은 업계의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투자를 규제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약한게 사실이다.
투자규제는 더욱이 개방화라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과당경쟁이 체질화돼 있는 우리의 현실로 볼때 완전한 자유화가 최선의
선택이 아닐수도 있는 것 같은데...

"계열제품(다운스트림)쪽에서 별 문제가 없다. 원료를 자체소화하기 위한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투자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문제는 에틸렌 프로필렌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공장(NCC)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할것이냐 하는 것이다.

NCC의 신.증설은 석유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지난 90년의
투자자유화가 몰고온 충격파도 바로 NCC신설러시로 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분야 투자만은 정부가 적정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석유화학투자를 96년이후에도 완전히 자유화하지는 않겠다는 것인가

"원칙은 자유화이다. 다만 기존시장에 큰 충격을 줄수 있는 투자에
대해서만은 기술도입신고서 수리과정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들어 석유화학업체들간 투자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데...

"투자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석유화학업체들이 경기
회복에 맞춰 투자를 서두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과잉투자로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했던 지난날의 시행착오를 반복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 정부의 규제로 투자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원칙적으로는 자유화돼있다. 다만 상공자원부가 공급과잉을 우려, 95년
말까지 금융기관에 대출규제를 협조요청한 일부품목의 경우 투자가
제한된다.

그러나 시장수급상황의 변화에 따라 이들 품목의 투자규제도 계속 완화
되고 있다. 수요증가에 맞춰 고순도테레프탈산(TPA)과 스티렌모노머(SM)
의 신.증설을 허용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기초유분등 원료를 자체에서 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신.증설이 추진되고
있는데.

"내부수급균형을 위해 불가피한 투자는 예외적으로 허용돼 왔다.
대림산업 유공에 기초유분소화를 위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
(PP) 증설을 허용했었다.

앞으로도 이같은 관례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투자자유화를 평가한다면

"과잉투자경쟁으로 업계가 고역을 치렀다. 국내최초이자 최대합성수지
업체인 대한유화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사태까지 일어났었다.

그러나 올들어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에다 미국 유럽등의 잇단 대형사고를
틈타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투자자유화때 내건 ''수출산업화''가 실현된 것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