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초에 있을 삼성그룹의 임원인사를 시작으로 연말 재계 인사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기업들이 지난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던 만큼 올해는 인사
폭이 지난해 수준을 넘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경영구조를 개편한 삼성그룹과 2단계 세계경영을 선언한
대우그룹은 이에따른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그룹들이 "세계화"라는 과제를 보다 충실하게 추진하기
위해국제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은 과감히 탈락시킬 방침이어서
실제인사폭은 작다해도 내부적으로 느끼는 인사의 충격은 그 어느때보다
도 클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우를 비롯한 일부그룹들은 인사에 따른 업무공백을 피하기위해
인사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다.

곧 있을 삼성그룹의 임원인사는 최근 발표된 그룹 경영구조개편 작업과
맞물리면서 지난해 인사규모 2백99명선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19일 CEO(최고경영자)교육을 마친 36명과 새롭게 CEO교육에
입소할 40-50명에 대한 인사도 있을 예정이다.

삼성은 앞으로 CEO교육을 보다 강화,1년기간의 장기교육으로 돌입한다는
구상인데다 이건희회장이 "실질적인 임원"으로 인정하는 전무급을 양성하
기 위한 체제로바뀔 것으로 보여 교육대상자 선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회장비서실 기능의 상당부분을
신설되는 각소그룹의 전략기획실로 넘기는 과정에서 비서실이 크게 축소되
고 관련임원도 대폭 이동하게 될것이라는 점이다.

이와함께 앞으로 그룹차원의 신규사업을 전담할 21세기 기획단과 해외사
업을 총괄할 해외사업단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인사폭의 확대를 점치
게 하고 있다.

또 내년초부터 해외본사를 정상가동시킨다는 구상아래 국제통 전무급임원을
정점으로 하는 해외본사임원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필곤회장 이수빈회장등 그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
앉았던 임원들이 사장단인사에서 다시 중용된 것처럼 과거 그룹의 핵심역할
을 했으면서 CEO과정에 입소했던 임원들이 상당수 핵심포스트에 재기용될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77,78년입사한 공채 18,19기가 이사보(대우이사)승진케이스이다.

그룹관계자는 지난해처럼 부장 1-2년차에 대한 발탁인사가 강화될 것이라
고 귀뜸하고있다.

이와함께 삼성중공업의 한중크레인 무단사진촬영 사건으로 인사가 다소 늦
어진 터여서 이사건에 대한 문책인사도 관심거리이다.

대우그룹은 매년1월중 단행해오던 임원인사를 올해부터는 연말에 실시키
로 했다.

이번 인사는 김우중회장 주재로 지난11일 열린 정례사장단회의에서 결정
한 "제2단계 세계경영 추진계획"에 따라 해외사업의 인력재배치를 핵심내용
으로 하고 있다.

대우는 모두 6백명선인 임원 가운데 해외법인및 지사에파견중인 2백여명
중 상당수를 교체하고 임원의 해외파견을 늘린다는 방침을세운 것으로 전해
졌다.

따라서 대우의 해외파견 임원수는 현재 2백명선에서 3백명에 가까운 수준
에 육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이같은 임원인사 방침을 중견간부급에도 적용,차장 과장의 해외파
견도 크게 늘려 지역별로 중견간부의 수를 현재의 2배정도 확대할 계획이다.

승진인사는 예년에 비해 많지않을 것으로 보이나 지역을 담당할 임원들에
대한 승진과 중견간부의 이사대우승진이 주류를 이룰것으로 그룹내에서는
점치고있다.

현대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연말에 인사를 단행한다.

아직 구체적인 인사의 방침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과거의 틀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자율경영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계열사 사장들의 추천
을 대부분 수용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국제화추세에
발맞춘 인사가 될 것이며 각계열사의 영업실적이 좋은 만큼 인사폭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럭키금성그룹은 조직개편등은 없으며 인사시기와 폭이 예년과 같은 수준
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고경영진들을 젊은층으로 대폭 교체하면서 올해부터 6년간을 21
세기에 대비하는 경영체제구축 기간으로 설정한 럭키금성그룹은 이미 짜여
진 진용을 가능한한 흐트러뜨리지 않는다는 구상이다.

선경그룹은 지난해 경영혁신운동인 수펙스를 도입하면서 조직개편과 대규
모 인사를 통해 새로운 체제를 구축해놓은 만큼 올해는 소폭의 보완인사에
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쌍룡그룹역시 지난해 김석원회장과 김석준부회장이 경영일선으로 전진배
치되는등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터여서 올해 인사규모는 지난해 수준보
다 작을 것으로 그룹관계자는 전망하고있다.

기아그룹도 지난8월 거의 모든 그룹임원의 담당업무를 바꿀 정도의 대규
모인사를 단행한 만큼 연말인사는 보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