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선진국진입을 향한 정보화기반구축과 정보산업진흥을 위한
정보화촉진기본법안이 관계부처간의 주도권다툼으로 빚어진 만2년간의
우여곡절끝에 모습을 드러냈다.

25일 경제장관회의를 통과한 정보화촉진기본법안은 경제기획원 상공자원부
체신부 과기처 4개부처간에 자존심이 걸린 현안답게 한부처에 힘을 몰아
주기보다는 각 부처의 입장을 고려한 절충형 법안으로 일단 매듭을 지었다.

기본계획은 체신부장관이 경제기획원장관과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의
협의및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토록 하고 정보화촉진기금은
체신부 상공자원부 과기처에서 별도 계정으로 독립 운영토록 조정한 내용이
그것이다.

일단 외견상으로만 보면 그동안 부처별로 추진돼 왔던 정보화촉진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기 위한법적 근거가 마련된것으로 평가할수 있지만
기본계획수립때부터 협의대상 부처가 너무 많고 그러다보면 정책집행이
실기할 우려가 나타날수 밖에 없다는게 일방적인 시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발전하는 정보산업의 기술개발추세나 시장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수 있다는 우려다.

정보화촉진기본법은 사실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전에 성안이 되어야 했을
중요한 사항이다.

미국 일본등 선진국은 이미 정보화를 국가 최우선전략으로 채택하고
세계화와 함께 패권장악을 겨냥한 정보전쟁에 뛰어들었는데도 우리의
경우 부처간 영역싸움으로 이 대열에 한발 뒤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정보산업시장은 91년기준 2백37억달러로 일본의 7분의 1, 미국의
13분의 1정도에 불과하며 기술축면에서는 미국을 100으로 했을때 일본은
약 50, 한국은 15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보산업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통신망이 상호융합되어 발전하는 첨단
미래유망산업이다.

따라서 모든 국가는 1개부처가 아닌 법정부차원에서 정보화사업을 일관성
있게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부처간에 심한 감정싸움
을 치룬 이후에야 겨우 그같은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확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안은 관계부처간 입장을 고려한
절충형이라는 점때문에 운영여하에 따라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본계획및 시행계획을 체신부가 세우도록해 주관부처가 있기는 하지만
정보화촉진기금을 각 부처가 별도계정으로 나누어 관장하는 만큼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정보산업육성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때문이다.

특히 업계의 경우 사업방향은 체신부의 기본계획에 맞추어야 하고 정보
산업자금은 상공자원부에서, 기술개발자금은 과기처에서 지원받아야 하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안에 따라 몇개부처를 오가며 정보산업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을 치룰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보화촉진기본법안은 정부의 조직개편방향과도 맞지 않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쇄신위가 최근 건의한 내용대로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
상공자원부의 정보기기및 설비관련분야, 과기처의 소프트웨어분야등 연구
개발분야, 공보처의 전파관리분야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이번 법안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2000년대 최대의 유망산업이자 선진국진입이 국가의 지상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보화촉진기본법의 제정과 함께 운영의 묘를 살려
최대의 효과를 거두도록 노력해야 할것이다.

또 관계부처도 부처이기주의를 떠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면서 중복
투자를 지양, 한정된 재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대외경쟁력을 갖춘 정보
산업육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할것이다.

< 김형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