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과 다크호스간의 일전.

신용금고 업계에서는 제일금고와 사조금고간의 대결을 이렇게 부른다.

제일은 여.수신등 각종 계수에서 줄곧 업계 1,2위를 유지해온 업계의
간판스타.

반면 사조는 "언제 나타났냐"싶게 최근 몇년간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는 신예다.

그런데 둘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면서 업계의 관전열기도 함께 달아
오르고 있다.

작년쯤 싹이 트는듯 싶던 두 금고간의 라이벌 의식은 올들어 더욱 표면화
되기 시작했다.

우선 양적인 지표부터 살펴보자.

지난 92년만 해도 제일은 수신규모(6월결산기준)가 3천6백억원으로 사조
(2천2백억원)를 크게 앞질렀었다.

여신도 제일 3천6백억원, 사조 2천3백억원으로 별로 "게임"이 안됐다.

제일이 부국금고에 이어 여.수신 모두 2위를 차지한 반면 사조는 5(여신)~
6(수신)위를 맴도는 그저그런 "우량금고"중의 하나였다.

순이익에서도 사조(33억원,15위)는 제일(1백13억원,2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그러나 93년들어 사조의 공세강도가 높아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제일은 여.수신에서 2위를 고수했지만 사조는 수신 4위, 여신 3위로 제일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순이익도 각각 95억원(1위), 38억원(10위)로 격차를 상당폭 줄였다.

올6월 결산에서는 급기야 "금고업계의 지각변동"이라 불린 역전극이
벌어진다.

제일은 "수신2위"는 지켰으나 "여신2위"자리를 사조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조는 "이익 내는 귀재"라 불리는 제일을 밀쳐내고
순이익에서 진흥금고에 이은 2위자리를 움켜쥐었다.

10월말 현재 스코어는 제일이 여.수신 모두에서 간발의 차이로 앞서 있다.

이같은 사조의 급부상은 "전적으로 인센티브제의 덕택"이라는게 금고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인센티브제란 영업실적이 우수한 직원에게 소정의 성과급(인센티브)을
지급하는 제도.

사조는 지난 91년 업계 최초로 인센티브제를 도입, 5백%의 추가상여금을
실적에 따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그 결과 매년 여수신이 30~40%씩 급신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3년새 외형이 4배로 늘어났다는 계산이다.

사조의 이같은 공격적 경영은 고주인용 사조그룹창업자의 2남인 주진규
사장의 진두지휘하에 이뤄진다.

경영학박사(미버클리대)인 그는 올들어서도 사원합창단 안식휴가제등
"업계최초"를 잇달아 고안, 기선을 잡아나갔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한시도 추격의 고삐를 늦출순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같은 파격경영이 주효, 사조는 올5월 "신용금고 발전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이라는 영예까지 안았다.

파죽지세로 몰아치는 사조의 공세에 대해 제일도 뒤늦게 사조를 "맞수"로
인식, 개혁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두 금고간의 2회전 공이 울린 셈이다.

제일은 올7월 조직을 팀제로 전면개편하면서 인센티브제도 함께 도입했다.

"좋은 것은 빨리 배우자"는 주의다.

또 다소 수비쪽에 치우쳤던 영업전략을 "공격형"으로 전환, 자신들이
비교우위에 있는 소매금융쪽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도 세워놨다.

지난10월에는 신용금고법개정에 따른 신경영전략 차원에서 한국금융
연수원장을 지낸 김성환씨와 은행감독원부원장보를 역임한 윤병목씨를
각각 부회장및 감사로 영입했다.

중량급 금융계인사로 임원진을 보강한 것은 "관록"으로 사조의 "패기"를
누르겠다는 계산에서다.

유동천 제일금고사장은 "앞으로 규제완화가 계속 진행되면 일본의 신용
금고와도 업무제휴를 맺어 나갈 것"이라며 국제화와 신금융기법개발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사조의 주사장은 "아직 깜짝쇼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도 내놓을 "카드"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인센티브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조만간 연봉제를 도입하고 리엔지니어링
까지 마치면 금고중 우리 적수는 없다"(주사장).

사조는 또 야심찬 청사진을 갖고 있다.

3년내에 자본금(현재2백53억원)을 1천억원까지 늘리고 여.수신 모두
1조원대에 올려 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산부채종합관리(ALM)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선물기법을
이용, 금융리스크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제일금고와 사조금고.

업계에서는 이 둘을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에 비유하기도 한다.

제일이 현대특유의 우직함과 추진력, 영업우위의 전통을 가졌다면 사조는
삼성처럼 인재에 대한 투자와 빈틈없는 기획력이 강점이라는 것이다.

두 금고간의 일진일퇴는 그래서 더욱 관심사다.

업계전체가 지켜보는 이들간의 "선의의 경쟁"이 "현대 대 삼성전" 못지않게
더욱 흥미진진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