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녹즙기 생산업체인 엔젤라이프의 부도로 관련업계가 재편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부도를 낸 엔젤라이프가 남아 있는 경영
간부들이채권단을 상대로 회사재기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
마련에 실패, 회생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산공장과 서울본사를 매각하고 부천공장의 규모를
축소, 최소 규모로 영업을 계속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2백여개에 달하는
하청업체들의 부채 80여억원을 갚기 위해서는 자산 전체를 처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백70명에 달했던 본사직원도 80여명밖에 남아 있지 않으며
이들도 급여와 퇴직금이 정리되는 대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안다"며
"대책반을 구성해서 구사노력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일부 있었지만 미국으로
도피한 오너의 부도덕성 때문에 직원들마저 직장에 대한 미련을 이미 버린
상태"라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엔젤의 최대 경쟁상대였던 그린파워는 엔젤의 부도가 가뜩이나 침체된
녹즙기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속에서도 신상품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엔젤이 개척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린파워 김찬경이사는 "클린기어를 사용한 제품으로 쇳가루 논쟁을 아예
없애고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과제"라며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어 결국은 녹즙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여 중소업체들도 녹즙기 업계의 선두주자였던 엔젤라이프가 부도로
무너지자 불안감속에서도 기대심리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엔젤의 부도가 자칫 중소업체들의 연쇄부도사태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싸여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이번 사태로 오히려
업계가 정리정돈되면서 시장이 재편돼 중소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기
를 기대하고 있다.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엔젤과 그린파워의 지나친 출혈경쟁이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시장확대를 저해한 측면이 컸다"면서 "40여개가
난립하던 녹즙기 업체들이 중금속 검출파동 이후 절반정도로 정리된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엔젤의 몰락이 업계 재편과 소비자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