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들의 대금수법은 거의 "횡포"에 가깝다고 할 수있다.

현재 명동과 강남등 소위 사채월스트리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거래유형은
몇가지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와리깡". 어음할인을 뜻하는 속어로 가장 전형적인
사채상품이다.

이들은 기업어음을 ABC의 3등급으로 분류,그중 C급어음이나 비상장기업의
경우 월2~2.5% 내외를 받는다.

이는 1년으로 환산하면 24~30%에 달하는 것으로 은행의 어음할인 금리
(11~12%)의 두배를 훨씬 넘는 고금리다. A급어음도 월1.22%로 연14.64%에
달한다.

금리를 월단위로 내놓는 것도 이같은 고리를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어음할인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담보대출을 빙자,각종 구비서류를 갖추게 하고는 담보용 부동산을
"꿀꺽" 삼켜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되찾을 방법도 없다.

이들은 사채꾼들은 사무실 문만 닫아버리고 "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뿌리는 전단을 통해 눈에 익은 "직장인 카드신용대출"
도 "급전"이라는 표현에 혹해 속는 경우가 많다.

만일 1백만원을 빌릴 경우 선이자로 18%를 떼고 82만원만 준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21.95%가 된다.

게다가 연15%의 할부수수료도 물러야하기 때문에 총금리는 무려 36.95%
에 이른다.

지난 90년말 법개정을 통해 카드불법할인 단속을 강화했음에도 불구,
신용카드대출은 아직도 성업을 구가중이다.

실명제실시 이후 사채시장이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명동 강남등 사채
골목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8월 산업은행이 전국8백85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때 전체기업의 32.7%가 "사채를 쓰고있다"고 응답한 이를 뒷받침해
준다.

실명제 이후 사채업계에 변화가 있다면 은행권의 금리인하로 어음할인
물량이 줄어 대신 신용카드대출 부동산담보대출 전세보증금담보대출등
소매금융위주로 업무를 다각화했다는 점이다.

또 신상품이 속속 등장,최근에는 자동차담보대출이나 골프회원권대출,
상품권.표지어음할인등 갖가지 신종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실명제이후 달라진 점으로 전주들이 더욱 노출을 기피하게 됐다는
점을 들수 있다. 특히 큰손 전주들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감독이 비교적 소홀한 지방으로 활동무대를
옮겼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지난8월 전남보성수협에서 터진 금융사고도 서울의 몇몇 전주들이 그곳
수협지소장과 짜고 돈놀이를 하다 적발된 케이스.

최근 몇몇 대기업의 자금당담자에게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주겠다"
는 내용의 괴전화를 걸어 시중에 화제를 뿌린 것도 자금운용길이 막힌
이들 큰손의 소행으로 추정되고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사채시장의 규모가 10조원은 족히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국내총통화( .9월기준)의 8.1%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명동과 강남에서 활약하는 사채업자들의 수도 정확한 집계는 없으나
1천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과거 72년과 82년 두번의 양성화조치와 지난해의 "실명제 폭탄"에도
굴하지않고 잡초처럼 살아남은 사채업. 탈법과 비리의 온상인 이들
사채시장이 어떤 형식으로든 "정리"되지 않고서는 건전한 경제풍토를
기대하기 힘들다.

대금업 허용으로 이들 사채권이 "제3금융"으로 태어날수 있을지도
그래서 관심거리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