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의 생산성 운동은 자칫 직원들의 외면으로 겉돌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시해고(레이오프)제등이 없는 노동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인력수를 그대로 유지한채 기존 인력의 생산성을 올리수 밖에
없으나 직원들이 경영혁신의 첫 단계인 의식개혁등을 공허한 "구호"로
받아들일 경우 경영혁신은 처음부터 제동이 걸리게 된다.

대표적인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조선업의 생산성혁신운동을 이같은
걸림돌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는 90년부터 TPI(종합생산성혁신)운동을 전개
하면서 80년대말까지 지겹게 따라붙었던 불황을 떨치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
의 생산성혁신운동은 직원의 의식개혁에 절대적인 비중을 둔 것이 특징이다.

서울 여의도광장만한 작업장에서 3천명가량의 생산직이 흩어져 있는 작업
현장의 특성으로 인해 경영진의 의도하는대로 인력을 통제할 물리적인
방법이 없다는데서 의식개혁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조선업의 특성상 일인당 생산성과를 계량화하기 힘들고 넓은 작업장에서
뿔뿔히 흩어져 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근로의식이 떨어질 경우 속수무책
입니다"

이 회사 경영혁신팀의 정덕재과장은 80년대의 조선업경기침체에는 해운
업계 시황이 어두웠다는 경기사이클측면이 크지만 이같은 근로의식의 저하도
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는 의식개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
했다.

매출액의 0.32%를 종업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강의개최등에 투자할 정도로
끈질기게 전사원 교육에 들어갔다.

우선 연초부터 전사원대상으로 합숙훈련을 가진다.

교육의 내용은 작업과 관계없는 일반적인 교양강좌로 채워진 것이 특징
이다.

이에따라 강사도 저명한 문학가나 종교인으로 초빙하고 이같은 교육을
월1회 반복한다.

조선업같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에서는 기술숙달도 중요하지만 근로의식
앙양자체로도 크게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양위주의 반복적인 교육에 연간 1인당 1백45시간이 할당될 정도로
근로의식을 자극하는 의식교육을 집중시킨다.

이같은 의식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그 내용을 바뀌면서 회사임직원들에게
신선감을 주도록 설계됐다.

한예로 한사람이 분기별로 금연같은 일신상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약속하고
지키도록 독려한다거나 부서별로 회사경영과 관계가 멀지라도 나쁜 습관이
있으면 찾아내서 포스트를 붙여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등은 기본적으로
의식개혁에 발전한 방법론들이다.

이런 종류의 의식개혁은 업종구분없이 거의 모든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조선업처럼 작업관리가 힘든 노동집약적인 사업장에서는
이 이상 달리 생각해 볼 경영혁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사업주가 TPI의 후속단계로 반조직(보통 7-10명정도로
구성)을 활성화하고 자동차산업의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한 공장합리화를
추진하고 품질혁신운동을 강화하거나 자재구매컴퓨터시스템을 구축하는등
일련의 경영혁신작업을 펼수 있었던 것도 근로자 의식개혁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이같은 TPI결과로 생산성지표인 시간당 투입인력량(맨아워)가 80년대말께만
해도 t당 60명정도였으나 금년에 이 지표가 11.4명으로 낮아져 결과적으로
6배정도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두었다.

품질면에서는 용접불량률이 80년대엔 검사건수중 10%정도에서 불량이
발견됐으나 지금은 이 비율이 2.15%정도로 뚝 떨어져 있다.

삼성중공업 조선해양사업부의 TPI는 생산성면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앞으로 품질향상쪽에 집중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