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전자산업이 태동한 것은 진공관식 라디오가 처음 생산된
지난 59년이다.

미국이 우주정복을 꿈꾸며 발사한 제미니10호가 표적위성과 우주공간에서
도킹에 성공한 지난 66년 8월에야 진공관식 흑백TV가 국내에서 생산됐다.

이같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전자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 지난
87년 100억달러의 수출고지를 정복했다.

92년에는 2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3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전자시장에서 국내전자업체가 차지하는 위치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전자정보기기의 생산량은 지난 93년말 기준으로 세계 6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D램메모리반도체는 이미 세계시장점유율 25%를 넘어서 세계1위 생산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위성방송수신기분야도 세계시장점유율 42%로 생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컬러모니터및 브라운관도 각각 세계시장점유율 31%와 22%를 기록해 세계
생산 2위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같은 성장에 따라 전자산업이 국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총수출에서 전자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80년 11.4%에서 90년 27%와
93년 29%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국내연구개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년 11.0%에서 지난해 43%로 커졌다.

국내전자산업의 놀라운 성장은 이같은 양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일본업체들을 추월,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했다.

차세대영상기기인 액정표시장치(LCD)부문에서도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 선두업체인 일본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TV 세탁기 냉장고분야에서는 일본 미국업체들에
뒤지고 있지만 비디오CD등 차세대제품분야에서는 세계선두그룹에서 당당히
선진업체들과 겨루고 있다.

금성사와 SKC가 세계처음으로 2배밀도비디오CD를 개발하는등 세계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제품들이 최근 국내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같은 급성장세에도 불구, 국내전자산업은 구조적으로 불안한 부분을
갖고 있다.

부품및 설계기술이 부족해 창조적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부품의 외국의존도가 아직 심하고 생산장비가 국산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또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이 열악하다는 것도 멀티미디어화추세의 미래전자
산업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최근들어 정부와 기업들이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을 지향하고 부품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 우리나라전자산업의 장래는 어둡지만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LCD등 첨단미래형부품분야에서 세계선두자리를 지키고 있어
세트제품과의 연계성만 확보한다면 국내전자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