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염색의 주원료로 쓰이는 액체 가성소다(공업용 양잿물)의 덤핑수입제소
를 둘러싼 화학업계(생산자)와 직물업계(수요자)간 실랑이가 상공자원부
내부의 "대리전"으로 비화되자 상공자원부 고위간부들은 "누구 손을 들어
줘야 되느냐"며 몹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발단은 이달초 무역위원회가 미국 중국등 4개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액체
가성소다에 대해 한양화학등 국내생산업체의 제소를 받아들여 덤핑긍정
예비판정을 내리자 값싼 수입품에 의존해온 염색업체들이 "국산가성소다의
공급량이 절대 부족한 현실을 외면하고 생산자편만 드는 판정에 승복할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선데서 기인.

이 문제는 직물도시인 대구출신 서훈의원(민주당)이 28일 국감질의자료에서
"무역위판정은 수출용 섬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다수 염색업자들에 엄청난
불이익이 된다"며 대책을 추궁하는등 계속 확산되고 있는 양상.

그러나 화학업계쪽에서는 "국내공급이 달린다고 해서 저가품을 앞장서
수입할수 있다는 논리는 국내관련업계가 무너져도 괜찮다는 얘기 아니냐"며
"수입품을 적정한 가격에 들여오는 것이야 말로 정도에 맞는 유일한 대책"
이라고 일축.

이같은 양 업계간의 논리는 직물업계와 화학업계를 각각 관장하는
상공자원부 섬유제품과와 기초화학과간에 그대로 전이돼 팽팽한 대리전의
모습을 띠고 있는 것.

이처럼 양측간 이견이 맞서자 29일 박운서상공자원부 차관이 양과의 과장을
불러 "거중 조정"을 시도했으나 두 과장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후문.

공교롭게도 두 과는 지난4월 조직개편에 따라 섬유화학국산하로 사무실이
나란히 붙어 있어 차관은 물론 담당 국장까지도 난처한 상황이라고.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