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차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오는 10월2일부터
6일까지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열린다.

이번 연차총회는 IMF와 IBRD 자체의 현안도 비중있는 이슈들로 채워져
있지만 총회를 전후해 열릴 다른 행사들에서 민감한 과제를 다루게 돼있어
개막전부터 각국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연차총회에서 다루어질 과제는 <>IMF의 감독기능강화및 IBRD와의
업무분장 <>회원국들의 지분조정 <>특별인출권(SDR) 신규배분 <>우루과이
라운드협상(UR)타결에 따른 개도국지원 문제등이다.

이와는 별도로 연차총회에 앞선 29일과 30일엔 브레튼우즈 5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리고 회의중인 10월3일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협력증진
방안을 논의할 아.태지역 경제협의체(APEC) 재무차관회의가 개최된다.

이중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모임은 브레튼우즈 50주년 기념세미나다.

여기서는 지난7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브레튼우즈기구 장래를 위한
위원회"총회에 이어 국제통화제도 개편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바로 논란이 됐던 환율변동대 도입방안과 이를위한 국가간 거시경제정책
조정방안등을 모색하는 자리다.

이 세미나를 주도하고 있는 "브레튼우즈기구 장래를 위한 위원회"가
민간단체이고 이번 모임이 세미나이긴 하지만 이자리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단순한 "세미나"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게 각국의 관측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떤 형태가 되든 전후50년간 지속돼온 국제통화질서
를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체제대로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돼 불확실성이 가중되면
장기적인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국가간의 자원분배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나아가 각국들이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팽배해 있다.

지금 체제에서 이같은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선 추가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나마 회피수단도 불완전하다는게 환율변동대 도입론자들의 주장이다.

물론 미국 일본 독일등 주요통화국들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이번 회의
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번 워싱턴회의때 이들 나라의 당국자들은 논의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국가간에 물가상승률과 재정등 거시경제지표를 접근
시키기가 쉽지 않고 <>기술적으로 균형환율을 산출하기가 어려운데다
<>이미 유럽환율체제가 위기를 겪고 있는 선례도 있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을 밝혔다.

다만 과다한 환율변동으로 인한 폐해가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논의는
계속해 보자는 자세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국제통화체제 개편문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내지는
못할지라도 앞으로 국제통화체제가 가야할 진로를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IMF의 자체현안중 이번에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저개발국가
에 대한 특별인출권 배분문제다.

전환도상 국가와 최근에 새로 가입한 구소련연방국가등의 경제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일종의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자금지원은 오히려 자립을 지연시킨다는 일부 선진국들의 반대로 특별
인출권을 배정하지 못했으나 그동안 의견접근이 이루어져 이번 총회에선
상당규모의 배분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UR협상 타결로 일부 개발도상국가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해져 특별
인출권 신규배분 문제는 쉽게 타결될 전망이다.

이번에 다룰 과제중 한국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는 쿼터(지분율)
재조정.IMF에서 한국의 지분율은 0.55%로 1백79개 가맹국중 37위, IBRD에선
0.62%로 28위에 머물고 있다.

가입당시 낮은 지분을 배정받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달라진 경제력에 걸맞게 지분율이 상향조정돼야 하며
이를위해 특별증액이나 선별증액이 허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IMF측도 선발개도국들의 이같은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으나 특정국의
지분율을 높일경우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분율이 줄어들게돼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IMF와 세계은행의 향후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이번 연차총회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브레튼우즈위원회등은 IMF는 국제통화제도와 거시경제조정업무에 전념하고
장기개발자금 지원등의 프로젝트업무는 IBRD에 넘겨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수지불균형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는 IMF의 권고도 IBRD의
장기적인 구조조정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IMF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외부자문위원회를
두자는 논의도 있다.

이중 양기구간의 업무분장에 대해선 IMF측이 동의를 않고 있어 감독기능을
강화하면서 위원회와 외부자문기구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 마드리드=정만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