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출범이후 거의 매달 빠짐없이 열리는 신경제추진회의가
형식에 치우쳐 실효를 거두기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경제기획원 재무부 농림수산부 상공자원부 경제부처에선
신경제추진회의를 없애든지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경제추진회의 폐지론의 근거는 이미 발표된 정책이 재탕 삼탕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채택된 안건이 시의성이 없어 "회의를 위한 회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정작 각 부처간에 토론이 필요한 정책과제는 제외된채
행정낭비만을 초래하고 있다는게 폐지론의 골자이다.

이처럼 시의성이 없는 정책과제가 회의 주제로 오르는 것은 신경제계획에
나오는 과제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재정 금융 세제개혁등이 단골메뉴로 등장할 뿐 정작 시급한
현안은 제쳐놓기 일쑤라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이권이 개입된 정책사안을 놓고 논의하는게
어울리지 않는다"(기획원 관계자)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다.

이로인해 말도 많았던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진출과 현대그룹의 제철사업
진출이 걸려있는 산업정책은 아예 주제에 오르지도 못했다는게 상공자원부
등의 불만이라면 불만이다.

또 재무부에선 특소세 세율 조정문제등은 아직도 조정하지 못하면서
신경제추진회의는 열어서 무엇하느냐며 입이 나와있는 모습이다.

특히 신경제 추진회의의 진행방식에 대해서도 경제부처의 일선
관계자들은 불만이 많다.

회의 과정에서 각 경제부처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이미 신경제계획에 나와있는 사항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이라는
것이다.

"신경제추진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박재윤경제수석은 자기 구상만
얘기하고 회의를 끝내버리는 바람에 하의상달이 전혀 안되고 있다.

이런 회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상공자원부 관계자)는게 과천
경제부처 실무자들의 공통된시각이다.

신경제추진회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올 연초부터 제기됐었다.

정재석부총리가 경제총수로 들어선 이후 신경제추진회의의 진행방식은
한차례 바뀌기도 했다.

민간기업관계자와 경제관료를 포함한 2백여명이나 참석하는 회의에서
제대로 토론이 이루어질수 없다는게 이유였다.

그래서 지난 4월 27일 열린 9차 신경제추진회의는 회의장소도 청와대에서
과천 정부청사로 옮기고 회의 주제도 기획원 주도로 결정하게 됐다.

참가인원도 1백명이내로 줄였다.

이와는 별도로 경제현안을 다루기 위한 별도의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새로 마련됐다.

이를테면 청와대가 신경제추진회의를 만들었다면 정부총리는 확대경제장관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이 된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가지 회의가 모두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 없는
이벤트성 정책홍보행사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회의만 자주 열릴 뿐 이렇다할 소득은 없다는 것이다.

정부총리의 정책조정능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예전과 변한게 없는 실정이다.

오는 27일 열릴 예정인 13차 신경제추진회의도 경제현안을 비켜가고 있다.

이번 회의 안건으로 채택된 사회복지추진전략도 이미 각 부처에서 발표된
사항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경제기획원과 청와대는 이번 회의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0월 7일께 열릴 예정인 확대경제장관회의도 마땅한 주제가 없어 고민
하기는 마찬가지다.

신경제추진회의는 작년 3월22일 신경제1백일계획 보고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1년반 동안 12차에 걸쳐 열렸다.

앞으로도 이 회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계속될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이다.

과거에 5개년계획을 만들어 놓고 나중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과거의 폐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신경제추진회의를 계속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혁이념을 되새기는 뜻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부처 관계자들의 생각은 대부분 이와는 다른 것 같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타결등으로 이미 작년초 새정부 출범때와는
달라도 한참 달라진 경제환경속에서 신경제계획을 마치 바이블이라도
되는양 계속 외우고 있어야 하느냐는 이들의 불만섞인 주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