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동안 논란을 벌여왔던 미국의 인터스테이트 뱅킹(주간은행영업)
이 97년부터 마침내 허용된다.

지난 8월초 미하원이 이법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미상원은 13일 94대 4란
압도적인 표차로 이를 승인, 클린턴대통령에게 송부했다.

클린턴대통령의 마지막 서명절차가 남아 있지만 미행정부 역시 이법안을
지지하고 있어 사실상 13일 상원통과로 이법안은 입법이 확정됐다.

이로써 미은행계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흡수합병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은행들의 경쟁력 역시 크게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법안은 지난 1927년 제정됐던 맥파든법과 1957년 은행지주회사법을
사실상 무효화, 은행들이 주경계선을 넘어 다른 주에서도 지점을 설치할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본점이 있는 주에서만 지점설치가 가능하고 다른 주에서 영업을
하려면 별도의 독립법인을 설립해야만 했다.

이법안은 또 97년이전이라도 주에서 인터스테이트 뱅킹을 허용할 경우
이를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주에서 은행의 흡수합병을 허용하는 것에
관계없이 법이 발효된후 1년이 지났을 때에는 은행이 다른 주의 은행을
매입할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법안은 원래 클린턴행정부 출범이후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금융개혁법안 의 하나로 의회에 상정됐었다.

그러나 금융개혁법안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은행의 증권업무 겸업이
업계의 첨예한 대립과 치열한 로비활동으로 중간에 탈락, 이법안만을 따로
심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법안이 상하양원을 통과하기까지에는 대형상업은행과 지방의 중소은행
(커뮤니티 뱅크)간에 상당한 의견충돌이 있었다.

지방의 중소은행들은 이법안이 통과되면 대형은행들이 시장을 잠식할
것을 우려,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지방 중소은행들이 해당지역 의원들에게 압력을 가해 법안을 저지하기에
안간힘을 썼다.

27년 주간영업을 금지하는 맥파든법이 제정된 이래 수십년동안 대형은행들
이 이를 철폐하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것도 중소은행들의 의원들
에 대한 압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법안이 이번에 상하양원을 통과하게 된데는 지방의 중소은행이익보다는
소비자들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논리가 압도적으로 우세, 유권자들의
지지가 허용쪽으로 기운 것이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지적된다.

우선 은행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예금금리는 올라가고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할수 있으며 각종 은행서비스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또 주경계선에 위치한 뉴욕이나 워싱턴과 같은 도시의 경우 생활권이
같은 지역일지라도 주가 다르면 거래하고 싶은 은행점포가 없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이법안을 소비자보호법안 이라고 대형은행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법안은 또 은행의 흡수합병을 유도, 대형화시킴으로써 얻는 경쟁력강화이
외에 다른 주에 지점을 설치할수 있다는 사실자체만으로도 은행수익에
상당한 보탬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 다른 주에 진출하려면 별도의 독립법인을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본연의 은행영업이외에 들어가는 관리비용이 은행 전체로 봐서 중복되는
경향이 있었다.

은행관계자들은 이러한 중복투자비용이 이법안의 통과로 연간 10억달러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지방 중소은행의 이익을 대변하는 독립은행협회
(IBAA)는 은행의 흡수합병이 장기적으로 소비자들과 중소기업들에 결코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라고 못내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1백25개 대형 은행들을 대변하는 뱅커스 라운드테이블은 이법안이
견고하고 안전한 은행시스팀을 창출, 일반 소비자들은 어느때보다도 질높은
은행서비스를 받게 됐다고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