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11월 10일 오전9시30분.

신용관리기금 전산실에 신용금고업계의 주요인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곽후섭 금고연합회회장, 이상근 신용관리기금이사장, 문병식 운영심의회
의장(광주창업금고사장)등등.

드디어 오전10시.

지난1년여동안 추진했던 신용금고공동전산망이 가동됐다.

부산의 조흥금고에서 서울의 부국금고로 1억원을 부쳤다는 제1호송금거래
내역이 화면에 떠오르자 금고업계를 대표하는 이들의 얼굴엔 마침내 해냈다
는 표정이 역력했다.

공동전산망 가동은 신용금고가 "준은행"으로 다시 태어나는 작업을 마무리
했다는 뜻.

이제 전국의 3백34개점포(2백37개금고와 97개지점)를 전산망을 통해 하나로
연결함으로써 그동안 절름발이식으로 해왔던 "은행업무"를 온전히 할수 있게
됐다.

조흥은행 한일은행등 시중은행들의 지점이 3백40개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공동전산망으로 연결된 "3백34개점포"는 거대시중은행의 탄생을 의미한다.

신용금고가 준은행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95년1월부터 시작됐다.

94년말 상호신용금고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데 따른 것이다.

개정된 법에선 예금.적금 공과금대리수납 내국환업무등 "은행업무"가 대폭
허용됐다.

개정법률안이 공표되면서 예.적금과 공과금수납대리업무는 곧 시작됐다.

계.부금을 들지 않은 사람도 신용만 있으면 금고에서 대출받을수 있게
된것도 이때부터다.

그러나 전산문제가 걸려있는 내국환(금고간계좌이체.송금)업무는 1년이란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이상은 재무부가 최근 확정한 신용금고법개정안에 따라 그려본 신용금고의
미래상이다.

요즘 20년만에 이뤄진 금고법개정으로 금고업계는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개정된 금고법이 시행되면 신용금고는 사채시장과 연계된 ''제3금융권''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제1금융권(은행)과 제2금융권(투금등)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할수 있게 돼 공신력도 높아질 것"(서울우풍금고 이충구부사장)이란
기대다.

"금융사고에는 항상 금고가 끼어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용이 땅에
떨어졌던 금고업계가 "과거"를 씻고 새롭게 도약할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금고업계는 개정금고법이 시행되는 내년1월부터 금고의 준은행화가 착실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예.적금업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은행과 똑같은 상품을 팔면 은행과 비슷한 공신력있는 금융기관으로
인식될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동안 "부금" "예수금"이란 알듯 모를듯하던 상품이름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던 이용자들에게도 친근감을 줄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공과금대리수납과 송금업무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코앞에 신용금고가 있어도 통합공과금 자동차세등을 내거나
돈을 부치려면 먼곳에 있는 은행까지 가야 했다.

공과금 하나 낼수 없고 송금도 할수 없는 기관이 무슨 금융기관이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각이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1백80도 달라지게 된다.

동네금고에서 공과금도 내고 예금도 하며 전국 어디에라도 돈을 부칠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준은행화"가 반드시 금고업계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경쟁상대가 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에서 은행으로 바뀌는 겁니다. 공신력이
높아지고 활동반경이 넓어지는대신 은행등 대형금융기관들과 경쟁해야 한다
는 얘기지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서울사조신용금고 주진규사장)

지금까지 몸을 칭칭 동여매고 있던 규제가 풀렸다고 해서 아무런 대책없이
좋아하다가는 모처럼 다가온 호기를 놓칠수도 있다.

이제 공은 금고업계로 넘어갔다.

준은행 지역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홍찬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