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통산그룹(회장 박세영)은 "작은 대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섬유업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과 공격적인 기업인수및 합병으로 기업을
키워온 방식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주는 82년이후 10여개 이상의 회사와
공장을 인수해 기업을 키워왔다. 특히 부실기업을 인수해 조기에 정상화
하고 사업계획에 따라 유사업체를 합병하는 방식이 대우와 닮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래서 박세영회장(54)에게도 "제2의 김우중"이란 말이 항상 따라다닌다.
실제로 그는 경기고등학교 2년선배인 대우그룹 김회장의 대우실업시절에
초창기멤버로 합류했고 (주)대우의 전신인 대우실업의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계열사인 한주화학의 대표 강영국부사장과 한주제지대표 이종건
부사장도 (주)대우출신이다.

기업의 역사가 13년에 불과한 한주는 4개 계열사와 3개 해외현지법인에
모두 3천1백85명(해외현지법인 8백5명 포함)의 종업원을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매출은 해외현지법인을 포함해 모두 1천6백억원에 달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2천4백억원이다.

한주는 80년대이후 과감한 기업인수및 합병을 통한 공격적인 기업확장으로
재계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을 거듭해 이제 섬유 제지 전자부품등 경공업
그룹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회장은 82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밟던 중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사업지원단장을 맡게되면서 대우그룹을 떠나게 됐다. 김우중
회장은 박회장에게 퇴직금조로 계열사하나를 떼가길 권유했고 박회장은
이때 런던포그 코트를 라이선스방식으로 생산하던 대원섬유의 부평공장을
넘겨받아 서우산업으로 상호를 바꿔 창업했다.

85년 사업지원단장을 그만두고 서우회장으로 본격적인 경영일선에 선 박
회장은 국제그룹계열사인 조광무역을 인수하면서 기업확장에 나서기 시작
했다. 셔츠제조업체인 조광무역을 한주통산으로 상호를 변경, 부실기업
인수에 나섰다. 같은해 신발수출업체인 (주)하남을 인수했고 86년에는
스웨터수출업체인 삼리섬유와 재킷류수출업체인 (주)수성도 인수,한주통산
에 합병했다.

87년에는 강원도 동해시의 냉동공장을 넘겨받아 한주수산(현 한주식품)을
세웠고 88년에는 전자부품업체인 서린전자와 양말제조업체인 경덕상사을
비롯 캘빈클라인브랜드를 판매하던 설아패션을 잇달아 인수했다.

91년엔 유지업체 천광유지의 공장과 지금의 한주제지인 제일제지를 그룹
으로 끌어들였다.

92년 중소섬유업체인 조영상사를 인수했고 같은 해 국제제지의 부동산과
기계를 경매로 취득했다.

해외진출전략도 적극적으로 펴와 업계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91년 봉제합
작회사인 한주베탕을 호치민시에 세웠다.

과테말라와 중국 청도에도 현지공장을 갖고 있다.

공격적 기업확장을 하는 업체들이 항상 그렇듯 한주주변에서도 특혜시비는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박회장은 "부실기업을 인수할 때 공개경쟁입찰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제로 모기업 인수 때는
박회장의 경영능력을 인정한 주거래은행이 인수를 강력히 권유했다고도
알려져있다.

한주는 공격적인 기업확장에 따른 위험요인을 내실경영으로 제거해왔다.
모체인 의류업부분에서 한주는 라이선스브랜드생산을 통한 점진적인
매출증진을 꾀해왔다.

무재고와 노세일(No Sale)전략으로 대량생산과 판촉활동을 자제해왔다.
일부 업체처럼 공격적인 내수시장진출전략을 채택했다면 의류부분매출이
지금보다 2~3배는 늘었을 것이란 게 한주측 관계자들의 얘기다.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다른 업체들이 하청생산으로 방향을
돌릴 때도 자체공장을 버리지 않았다. 경기도 성남에 2개 공장과 부산에
1개 공장을 갖고 있다. 베트남과 과테말라 중국 청도공장을 합해 의류부문
공장종업원만해도 1천8백여명에 이른다.

한주는 올들어 계열사를 축소하고 제지사업을 강화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본잠식상태에 놓여있던 상장
기업인 조영상사를 비상장기업인 한주화학과 합병, 조영상사의 경영정상화
에 시동을 걸었다. 조영상사 산하의 과테말라공장도 조기에 증설할 계획
이다. 또 한주제지는 내년 3월부터 크라프트지를 새로 생산,매출을 2배로
늘인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올해 수출목표도 지난해 6천9백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크게 늘려잡고 있다.
한주는 그러나 경쟁업체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내셔널브랜드개발보다는 라이선스생산을 선호,손쉬운
장사를 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주통산의 엘레세 팝아이 기라로슈 웨스트우드, 한주화학의 캘빈클라인
롯또 젠우드 꾸뜨레, 94년에 내놓을 렝글러등 9개 브랜드가운데 꾸뜨레와
웨스트우드 2개만이 국산브랜드이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리바이스사가
라이선스계약 연장을 철회, 타격을 입기도했다.

한주는 내년 3월 강남구 신사동에 지상 8층 지하 4층 연면적 7천1백64.42
평방미터의 신사옥을 완공, 강남 시대를 열게 된다."생산기반이 탄탄한만큼
무재고 노세일의 품질위주 전략으로 앞으로 5년안에 한국의류업계의 정상에
서겠다"는 게 한주의 포부이다.

<권영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