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정책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콜금리가 연일
연20%이상의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고 애꿎은 서민들의 가계대출길이
막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은 설립목적과 업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은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주목적으로 삼고있고, 시중은행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수익을 많이 내면 그만이어서 가는 길이 다를수
밖에 없다. 양측의 정책협조를 바라는 것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한은과 시중은행간의 행보가 너무나 달라 결과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양측의 정책협조채널을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우선 은행들은 한은의 통화운용방향에 대한 사인을 아예 무시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은행들에 줄곧 세가지를 요청해왔다.

기업에 대한 당좌대출한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말고 요건만 맞으면
자동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가계대출을 자제하며 주식투자도 속도를
조절할것을 당부해왔다.

해외부문과 재정에서 적지않은 통화가 터지게 돼있는 하반기에 당좌대출과
가계대출등 민간여신까지 대폭 늘어날 경우 통화관리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 한은이 은행들에 이같은 협조를 구했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를 거의 무시했다. 시중은행의 당좌대출한도가 6월말
현재16조9천8백55억원으로 작년말보다 13.3% 증가했다. 기업들은 실제로
한도의 50%정도밖에 안쓰는데도 은행들은 이처럼 한도를 늘려줬다.

물론 이는 각 점포에서 기업고객을 유치하기위해 당좌대출한도를 늘려
주는 방식을 택할수 밖에 없었던 탓이다. 가계대출도 한은의 자제요청과
아랑곳없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때문에 7월중 민간여신이 5조원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통화관리가 어렵다는 한은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를 대폭
늘리기도 했다. 통화사정은 감안하지 않은채 방만하다시피 자금을
운용한 것이다.

이처럼 한은의 자제요청이 먹혀들지 않아 통화관리에 비상이 걸지자
한은이 7월하반월(16-31일)의 지준마감일인 6일을 앞두고 지준관리강화
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급기야 은행들은 여신창구를 사실상 막아버렸고 이로인해 콜금리가 급등
하고 서민대출이 멈춰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은행들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화관리의 일관성이 없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제의 과열조짐이 예상되면서 가뭄피해등으로 물가불안우려가 높아지자
종합적인 물가안정대책을 세우지 않고 손쉬운 돈줄조이기를 택한다고
금융기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특히 돈줄을 조이는 시기등을 예측하기
어려워 자금수급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은행들은 한은에서 요청하는 당좌대출한도및 가계대출의 억제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장사를 하려면 기업들에 대해 당좌대출한도를 늘려줄 필요가 있고 가계
자금조달이 점차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가계대출확대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필요가 있는데도 한은이 통화증가율을 낮추기위해 갑작스레
지준을 강화한 것은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의 안정적 운용이라는 목표에
경사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는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이같은
불만은 은행의 자금운용에 직접 영향을 받는 2금융권에서 더욱 거세다.

금융계는 지준마감일인 6일까지는 지금과 같은 단기금융시장의 경색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은행들은 만기가 끝난 투신사의 수익증권을
연장하지 않고 자금을 회수하는 바람에 2금융권전체가 극심한 자금가뭄에
시달리고있다.

서민들에 대한 가계대출도 당분가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회사채유통수익률등 중장기금리가 꿈틀거리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조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