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법정관리를 받더라도 연대보증인은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주채무자인 기업에 대해선 채무이행을 유예하면서 연대보증인에게 연체
이자까지 갚도록 요구하는건 형평에 어긋난다"

기업이 법정관리(회사정리)에 들어갔을 때 연대보증인은 어느 수준까지
채무를 이행해야 하느냐를 놓고 신용보증기금과 연대보증인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법정관리업체에 보증을 섰던 연대보증인의 책임범위.

현재 회사정리법에는 "회사정리계획은 보증인등이 채권자에 대해 부담하는
채무나 책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제2백40조2항)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신용보증기금은 회사정리안에 명시된 이자와는 별도로
연체이자를 연대보증인에게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형평에 어긋난다는게 보증인들의 주장이다.

평안섬유산업(주)는 지난 80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당시 1백69억
5천만여원의 채무가 일정기간 동결됐다.

법정관리개시 당시 신용보증기금의 채권은 24억5백만여원.

회사채발행등에 보증을 섰다가 대신 물어준 돈(대위변제)이다.

평안섬유는 회사정리안에 따라 연6%의 이자로 지난달말까지 원리금 41억6천
5백23만원의 8%인 3억1천6백61만원을 상환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은 지난91년 서울지방법원서부지원을 통해 당시 이
회사의 이사로 연대보증을 섰던 최석용씨등 4명에게 회사정리안에 규정된
이자율(연6%)이 아닌 연체이자율(연19~25%)로 계산한 원리금을 상환토록
요구했다.

연체이자율로 계산한 원리금은 지난달말까지 96억여원에 이른다는게 최씨
등의 주장이다.

최씨등은 <>자신들은 당시 고용임원으로서 지금은 유명무실화된 "이사
보증"을 선데 불과한데다 <>신용보증기금이 평안섬유의 회사정리계획에
동의한 것은 연체이자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연체
이자를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고 <>자신들의 채무범위는 법정
관리가 끝나는 시점에서 미상환잔액에 국한된다며 지난7일 은행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요청했다.

신용보증기금은 회사정리법은 헌법재판소에서도 합헌판결을 받은만큼
연대보증인에게 연체이자를 물리는 것은 전혀 하자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92년8월 "회사정리법은 파탄에 직면한 회사를 갱생
시키는데 의의가 있는만큼 비록 보증인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었다.

이 헌법소원은 지난 86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주)제일농장(현 미원농장)의
연대보증인이었던 윤도진씨등 6명에 의해 제기됐었다.

윤씨등은 제일농장에 10억6천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던 신용보증기금이
자신들에게 연체이자(20억여원상당)를 부과하자 회사정리법 제2백40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다행히 미원그룹이 연체이자까지 분할상환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제일농장을
인수, 윤씨등에 대한 구상권행사는 멈춘 상태이지만 채무가 변제될때까지는
제대로 경제활동을 할수 없다는 것이 윤씨등의 주장이다.

이같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의 채무(연체이자포함)를 연대보증인에게
갚도록 요구하고 있는 경우는 신용보증기금의 30여건을 포함, 은행권전체로
1백여건에 이르고 있다.

연대보증인들은 "회사는 혜택을 받아 다시 살아나는 반면 보증인이 채무를
떠안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보증인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인정
한다"면서도 "회사정리절차대로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면 기금의 손실은
늘어날수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보증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