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6일로 예정된 산업은행 보유 한국비료 주식의 일괄공개
경쟁입찰에 결국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단독응찰에 따른 "자동유찰"을 전제로 다음 단계를 구상하던
삼성이 한비입찰등록 마감직전 동신주택이라는 돌출변수에 부딪쳐
스스로 응찰보류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룹 비서실의 주요임원들은 24일 오후 늦게 동신주택의 입찰참여
소식을 접하고 회사로 다시 나와 긴급회의를 가졌으며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고 말레이시아에 출장중인 이건희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재가를 받아 25일 공식발표했다.

삼성은 "동신주택이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가면서까지 입찰에 참가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찰유보
결정배경을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의 공기업 민영화 참여 방침은 어떤 무리수나
물의가 없이 공명정대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동신주택이라는 변수가
논란과 물의를 빚을 가능성이 있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 민영화는 그동안 삼성이 계속 주장해왔던 논리라고
말하고 "그러나 잡음이나 재계가 다투는 인상을 주면서까지 공기업
인수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이 삼성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부의 "공격"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앞으로 한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동부의 발표에
대해 삼성은 "개의치 않는다"며 정밀화학분야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은 만큼 정부가 새로운 방침을 정하고 완전공정경쟁이 가능해
진다면 한비재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일각에서는 삼성 최대의 관심사항인 승용차사업 진출을 위해
한비는 물론 앞으로 있을 한국중공업등 공기업의 민영화에 참여, 다양한
"카드"를 마련해놓고 승용차사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명분을 얻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보는 측도있다.

확실한 유찰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입찰에 참가신청을 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한비응찰유보는 최근 승용차사업진출 보류와 맞물리면서 신정부
들어 독주를 거듭해온 삼성에 제동이 걸린것이 아닌가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신정부의 개혁과 발맞춰 신경영의 기치를 내거는등 급속한 변신을
꾀해왔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발빠른 변신으로 앞으로 있을 공기업 민영화,
사회간접자본 투자등의 분야에서 다른 그룹보다 많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삼성의 사업추진에 잇따라
장애물이 돌출하고 있는 것은 "삼성이 옛날같지 않다"는 재계의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일사불란한 삼성의 조직이 최근 승용차기술도입이나 한비입찰과정에서
손발이 안맞고 삐걱거리는 모습을 외부에 내보이는등 곳곳에서 악재를
만나 허덕여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교감 없이 승용차기술도입을 발표해 곤란을 겪는가
하면 한비 입찰마감시간까지도 동신주택이라는 돌출변수를 예견하지
못하는 등 "과거 삼성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 졌다는 것이다.

<>.삼성의 난조는 내부적인 요인뿐만아니라 외부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신경영을 내세우면서 불기 시작한 거센
인사태풍이 결국 별일없이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그룹내부에
심각한 혼란과 반발을 유발, 일사분란한 조직체제 유지에 부담이 됐다는
평가이다.

또 신경영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일부 임직원의 독단적인 행동이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있다.

그동안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그룹비서실의 대폭적인 축소가 제대로
틀을 잡지못했다는 것도 조직적인 사업추진을 어렵게 했다는 분석이다.

외부적으로는 그룹에 대한 이미지나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신정부들어 삼성의 독주에 대한 재계의 견제가 간접적인 사업추진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

더욱이 그룹이미지제고의 호기로 생각했던 공무원 위탁교육에서
삼성방식의 사고를 강조한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나쁜 감정을
심어주는 우를 범했다는 평가다.

최근 승용차사업진출과 관련, 기술도입신고서 제출에 앞서 정부가
"불가론"을 흘린 것도 이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내부에서는 상처를 시급히 치유해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금이 변신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이 이같은 위기의식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김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