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기업정책은 바뀌고 있는가.

공기업 민영화와 민자유치에 따른 경제력 집중문제가 논란을 빚으면서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 저곳에서 변화의 징후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으나 그렇다고
급선회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변화의 징후는 우선 하반기로 미뤄놓았던
30대그룹에 대한 내부거래조사를 갑작스레 실시하고 있는게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을 보다 강도높게 추진하겠다는 데서도 이런 움직임을
읽을수 있다. 대기업그룹의 비계열확장을 억제하기위해 현재 순자산의 40%로
돼있는 출자총액한도를 25%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도 그중의
하나다. 소유분산시책을 거론한 대목에서도 대기업정책이 선회하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다. 비록 신경제5개년계획에 제시되어 있긴 하나 "소유분산과
재무구조개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공정위 당국자의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이처럼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이유는 여러 갈래로 설명할수 있다.
우선 새정부 출범이후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던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이 전전긍긍할 정도로 강화됐다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약화됐던 경제력억제시책의 고삐를 다시 죄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통신과 데이콤주식 입찰에서 나타난 대기업의 지나친 확장열기도
견제할 필요가 있다"(오세민 공정거래위원장)

최근의 정부정책이 지나치게 대기업위주로 흐르고 있지 않느냐는 여론도
정책변화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전경련에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작업을
위임한 것을 비롯해 한국통신 데이컴주식 입찰에서 빚어진 부작용에 대한
야당과 경실련등의 비판이 정부에 부담을 안겨 줬다는 것이다. 정책의
밸런스를 찾기위해 대기업정책이 달라질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김영삼
대통령이 중소기업도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할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수 있다.

이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기업정책을 풀어나가는데는 여전히
고민이 남아있다. 자칫 "대기업견제"의 강도를 높였다가 경기를 위축
시킬지도 모른다는게 가장 큰 부담일게다. 당장 시행이 다급한 공기업
민영화와 민자유치사업이 대기업정책의 변화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수도 있다.

민자유치사업의 경우 30대그룹에 대해 출자총액한도를 예외없이 적용
하더라도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 장담할수 없는 상황이다.

공기업 입찰 참여자격에 대한 제한이 공기업민영화자체를 어렵게 할수
있다는 비판도 정부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
연구원)가 은행소유경영에 대기업 참여를 막지 말고 공기업 민영화때 업종
전문화 정책을 연계해선 곤란하다는 지적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민자유치에
대기업이 참여해도 경제력 집중은 그리 우려할 만한게 아니라는 산업은행의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방향전환을 모색하는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경제력집중 억제
시책을 강화하되 경기활성화 공기업민영화 민자유치사업등에 차질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고 볼수 있다.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바뀌더라도 미조정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