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있는 민영화"를 내걸고 추진중인 공기업 매각작업이 딜렘마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과연 소기의 목적대로 주인찾아주기가 이루어질수
있을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일고 있다.

현실은 자금동원이나 경영능력을 감안할때 실질적인 인수자는 대기업이
될수밖에 없으나 경제력집중도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이상론도 충족
시키겠다는게 정부 방침이어서다.

전경련은 10일 민영화의 효율을 높이기위해 주인있는 실질적인 민영화가
중요하다고 지적, 여신관리제도등 기업들의 민영화참여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를 불식
시키기 위해 중소기업형 공기업은 인수를 자제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전경련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지난 2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계획을 확정
한뒤 처음 나온 공식적인 의사표시로서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위해 여신관리제도나 출자총액
제한등 경제력집중억제시책을 완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터여서 향후
정부의 태도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정부는 지난달 27일 신경제추진회의와 최근의 민영화대책위원회를
통해 밝힌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공기업민영화를 위해 대기업그룹에
대해 어떤 예외조치도 있을수 없다는것이다.

공기업을 인수할 의사가있는 대기업은 여신관리제도나 출자총액제한제도
상의 요건을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또 국민은행등 은행의 정부지분매각
에는 30대그룹과 시중은행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다. 대기업측의 주장을 무시
하자니 원매자가 없을까 우려되고 대기업의 의견을 존중할 경우엔 경제력
집중을 방조했다는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되는 탓이다.

우선 민영화참여대상에 대한 견해부터 차이가 있다. 대기업측은 민영화
참여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부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식의 구분은 곤란하다"(이용환전경련이사)는
지적이다.

또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제도 출자총액제한등도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인수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공기업을 사들이기위해 동원할수 있는 자금원은 대략 3가지다.

계열사에서 출자하든가, 아니면 자체자금이나 은행대출을 이용하는 방법
이다. 이중에서 은행대출은 여신관리제도 때문에 한계가 있고 가장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계열사에서 출자하는 것이다.

계열사출자지분이 동일인 빛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3배 가량 많다는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이와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출자총액한도를 현재 순자산의 40%에서 25%
수준으로 강화할 것을 검토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대기업그룹의 계열사
들이 공기업민영화에 참여할 여력은 그만큼 축소될수 밖에 없다는게
대기업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업종전문화도 공기업 민영화정책에는 걸림돌이다. 정부는 업종전문화를
채택한기업에게 해당 공기업의 매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민영화참여 기업에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 정부의 면영화원칙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공기업민영화에는 업종전문화정책의 적용이 배제돼야한다"(KDI)는 지적
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각방식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은 이의를 달고 있다. 정부는 일괄매각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덩치큰
공기업을 공동인수보다는 분할매각해야 한다는 게 대기업들의 입장이다.

예컨대 가스공사 한국중공업등은 이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괄매각의 경우엔 독과점 가능성이 높아진다는점도 제기되고있다.

"현재 정부정책에 의해 독과점상태에 있는 공기업은 우선 진입장벽을
없앤뒤 민영화를 추진해야한다"(유승민 KDI연구위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있다.

오는 98년까지로 1차시한이 정해져있는 민영화시한도 재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간접자본 (SOC)확충을 위해 민자유치사업이 함께 추진되는
터에 공기업매각 물량이 대거 나올 경우 기업들이 이를 소화하기 어렵고
시설투자마저 취축시킬 것이라는 점에서다.

아직 정부는 민영화대상이 된 개별 공기업에 대한 매각방식을 모두 확정
해 놓지 않고 있다. 올 2.4분기에 팔 공기업에 대해서만 방식을 정한
상태다.

개별 공기업의 성격에따라 참여대상과 매각방식을 그때그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팔리지 않은 공기업에 대해선 수의계약에 부치거나 매각시기를
늦추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주인이 나서지 않을 경우엔 대한 대비책이라고
볼수 있다.

주인있는 민영화를 위해선 이제라도 일관성있는 민영화원칙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