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특례제도의 폐지는 바람직한가"

각종 세금관련 제도중 가장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 또 한편으로
가장 "정치바람"을 타는 과세특례제도가 다시"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재무부는 최근 과특제가 무자료거래를 양성화시키고 세수규모에 비해
막대한 행정력이 소요돼 제도 자체의 실익이 없다고 보고 앞으로 5년간
단계적으로 이를 폐지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과특제 폐지는 일단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된 셈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폐지가 현실적
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과특제의 폐지나 존속여부가 무자료거래 탈세등 각종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닐뿐 아니라 고도의 정치성을 띠고 있는 이 제도의 폐지가 재무부
의 안대로 쉽사리 추진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제도 폐지후에 무자료거래가 없어지고 탈세가 근절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라고 단언하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과세특례제도는 연간 매출액 3천6백만원미만의 영세사업자에게 각종
장부기장의무를 면제시켜주고 상대적으로 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
이다.

이들은 부가가치의 10%를 세금으로 내는 일반사업자와는 달리 매출액의
2%를 부가가치세로 낸다. 따라서 영세사업자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있는
반면 장부를 적지 않는데 따른 각종 "탈세의 온상"이 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과세특례제도 폐지는 이같은 탈세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게 재무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국세청은"탈세방지라는 재무부의 생각이 이론상으로는
바람직한 것이나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잘라말한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금융실명제 실시로 과표가 점차 양성화된다고
보는 것 같으나 현 제도로는 금융실명제와 부가세과표양성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다시말해 과특제를 없앤다고 탈세나 무자료거래
가 줄어들지는 않는 다는 얘기다.

더욱이 부가세 면세자의 범위를 연간 매출액 3천6백만원까지로 상향조정
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과특자로 있으면서 탈세를 서슴치 않는 사람들
에게 아예 세금을 면제해주는"이중의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
한다.

탈세를 하더라도 어느정도 세금을 내는 과특제를 남겨두는 것이 과특제를
없애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또 면세사업자의 범위가 늘어나게되면 위장면세사업자를 가리는 작업에
엄청한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재무부는 과특제를 없애기전 5년동안 이들에게도 매입세금
계산서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면 탈세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음 과특제를 없애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역시 현재로서는 불투명
한 상태이다. 과특제는 지난 77년 부가가치세제가 도입될때부터 시행됐다.

당시 과세특례자의 범위는 연간 매출액 1천2백만원미만인 사업자였다.
과특자의 범위는 그후 79년 매출액 2천4백만원미만으로 확대됐고 다시
89년부터는 현재와같은 연간 매출액 3천6백만원미만으로 범위가 조정됐다.

그동안 과특자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세제지원상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는 다분히 정치적인"인심쓰기"의 결과였다.

두번의 과특자범위 조정은 모두 대선과 총선에서 공약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과세특례제도는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는 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 제도 폐지는 바로 집권여당의 "표"가 일탈되는 것을 의미하는
한 쉽사리 과특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자당이 재무부가 이 제도 폐지를 밝힌 바로 다음날 "제도폐지는 바람직
하지 않으며 국민의 세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공식입장을 밝힌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 였다.

현재 과세특례자의 수는 1백32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가족 등
관련인들의 수를 합하면 수백만명에 해당하는 사람이 여당에 등을 돌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폐지를 대신한 획기적인 감세정책이 동반되지 않는
이상 "과특제폐지안"이 섣불리 국회를 통과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든 선거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이 제도 개편안이 자치단체장
선거를 1년 앞둔 올해 정치권이 아닌 정부쪽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추진중인 세제개혁안과 맞물려 어떤 쪽으로 결론이 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