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으로 꼽히던 파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물가상승폭이 크게 둔화됐다.

28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중 물가동향"에서 소비자물가는
1월에 1.3%로 크게 뛰어오른 뒤 2월에 1.1%, 3월 0.9%로 점차 진정되기
시작, 이달에는 0.2%만 올라 상승폭이 크게 감소됐다.

작년말에 비해서는 3.5%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3.3%)에 비해서도 상승폭
이 낮았다. 생산자물가도 이달중 0.1%, 작년말에 비해서는 1.3%가 올랐다.

경제기획원의 김정국국민생활국장은 "일부 불안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물가는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밝히고 "그동안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농산물이 하락세를 보이고 내달에 새로 출하되는 딸기 봄배추 열무 오이
도마도 참외등 농산물도 작황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돼 농산물값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윤철기획관리실장도 27일 경제부처1급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김영삼
대통령에게 "물가가 3월들어 안정추세를 보이고 있고 관계부처간 협조를
통해 올해 물가상승률을 6%대에 안정시킬수 있다"고 보고했다.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한풀 꺽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아있는
불안요인들을 찬찬히 관찰해보면 지금의 안정은 "지뢰밭위의 평화"라고
할만큼 위태롭다.

우선 유가와 국제원자재가격은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산유국의 감산방침과 투기적 자금의 석유
선물시장 유입으로 유가는 이달초에 비해 2달러정도 올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부터 도입된 유가연동장치를 타고 국내유가가
인상되면서 각종 물가를 부추길 게 명백하다.

금융실명제이후 풀린 자금이 아직도 금융권을 휘 고 다니고있다. 지난
18-19일 한국통신주식 공개입찰에 약3천2백억원의 자금이 몰린데서도 알수
있듯이 시중의 유동자금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자금이 경기회복세에
편승해 소비로 이어질 경우 물가상승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정부도 이런 여건을 감안, 하반기부터는 총통화량을 점차 줄여 당초
목표인 14-17%범위내에서 관리하겠다고 27일 밝혔다. 그러나 급격한
통화환수가 이루어질 경우 모처럼 회복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때문에 이것도 쉽지만은 않다는게 통화당국의 고민이있다.

정부가 억지로 눌러놓은 공공요금도 가격현실화를 요구하며 아우성을
칠것이고 국세청 내무부등을 동원해 으름장을 놓아가며 붙들어 매논
개인서비스요금도 당국의 행정지도가 느슨해지기만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 전윤철경제기획원기획관리실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행정지도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행정지도
가 가능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있지만 물가를 올해내내 구시대적인
행정지도로 억제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여기다 지난 26일 경제행정규제완화점검단이 개최한 세미나에서 지적된
대로 규제완화 과제중 가격규제가 제일 심하다는 비판을 제기하며 업계가
최고가격등을 통해묶여 있는 일부 공산품가격도 제가격을 다받겠다고
나설 기미다.

경기회복세를 타고 부동산이 꿈틀거릴 염려도 있다. 기획원도 이제
물가정책의 중점을 개별농산물가격 붙들어매기에서 건자재 수급안정을
통한 부동산가격안정쪽으로 바꾼것도 이런 염려를 반영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가 안정됐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올들어 내내 물가당국자들을
괴롭힌 파등 농산물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데 있다. 4월들어 농축수산물은
전월보다 0.8%떨어졌다.

특히 파는 19%, 시금치는 27.9%나 각각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이 오히려
"효자"노릇을 한 셈이다. 기획원의 한관계자는 "이런 추세로 가면 큰
이변이 없는한 올해 물가를 5%선에서 잡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이다. 올해 물가상승세는 <>농산물가격상승
<>과잉통화공급 <>공공요금 무더기인상등이 빚은 합병증세였다.

이중 농산물 한분야가 하락했다고 전체 물가를 안정으로 판단하는 것은
합병증환자를 수술했다고 모든 병이 다 나았다고 진단하는 의사와 다를
게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