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현금카드를 신청하면 대개 일주일정도는 기다려야 찾을수 있다.
본점에서만 현금카드를 만들수 있어서이다. 대구은행에선 다르다. 현금
카드를 신청하고 길어야 5분후면 사용할 수있다. 이런 차이는 전산시스템의
우열에서 기인한다. 대구은행만이 현금카드즉시발급시스템을 개발,운영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렇듯 전산화 정도에 따라 은행간 우열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다. 전산화
가 한발짝이라도 앞선 은행은 고객서비스의 질이 다르다. 같은 조건이라면
사소한 현금카드 한개 발급받는데 일주일씩 걸리는 은행보다는 5분 걸리는
은행을 찾는것이 일반 고객들의 심리이다. 뿐만 아니다. 이미 일선 창구의
상담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있다.

가정주부 김모씨(32)는 이달초 장기신용은행 동교동지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가 은행을 찾은 목적은 매달 10만원씩 1년정도 적립하기에
가장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보는것. 이에대해 장기신용은행의 상담
직원은 퍼스널컴퓨터(PC)를 작동해 다른 은행은 물론 투신사들의 상품까지
월10만원씩 12개월 부었을때의 원리금을 정확히 계산해줬다. 아울러 그
시각까지의 상품별 수신고도 보여줬다. 상품카타로그나 보여주는 다른
은행의 상담방식에 익숙했던 김씨로서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고한다.

장기신용은행이 이같은 첨단방식으로 상담을 할수있는 것은 지난달에
도입한 "신영업점시스템"에 의해서이다. 일선창구에 단순한 단말기대신
PC를 보급함으로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실세금리 여.수신상황 상품
간이자율비교등을 즉시 알수있게 한것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상담방법이 은행간 우열을 판가름짓지는 못한다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만일 지난달 10일 발생했던 종로5가 통신구화재사고를 연상 한다면
전산시스템의 차이가 어떻게 은행간 우열을 가름하는지를 금방 알 수있다.
당시 국내총점포의 11%인 6백58개지점의 업무가 정지되는 "금융공황"상태
에서 외환은행만이 별 탈없이 은행업무를 처리할수 있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외환은행은 유사시 다른 회선으로 자동연결되는 "백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은행의 기본인 "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만일 단순한 통신구화재가 아니라 본점의 주전산기기가 장애를 일으켰다고
가정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국 지점의 전산이 다운되고 은행업무
는 다시 원시상태로 돌아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적어도 광주은행은
다르다. 비록 본점주전산기기가 다운되더라도 광주은행은 전지점의 가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본점에 연결된 점포만 가동이 중단될뿐 다른 지역은
끄떡 없을 것이다. 바로 지난해말 개발한 "다운사이징"덕분이다.

다운사이징이란 흔한 말로 지역분산시스템이다. 다른 은행이 모든 지점의
컴퓨터망을 본점에 연결한 "중앙집중식"이라면 광주은행은 6개 지역별로
전산망을 분산시켜놓고 있다. 전산화정도가 미치는 영향은 고객관계에서
보다는 은행경영쪽에서 더욱 크다. 본점에서 부산지역본부와 화상회의를
할 수있는 은행(외환은행)과 전화나 팩시밀리로 문서를 주고받는 은행의
경쟁력이 같을수는 없다. 도쿄지점에서 본점의 여.수신상황을 수시로 알아
볼 수있는 은행과(신한은행)과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를 2-3일후에나 아는
은행은 분명 다르다. 이른바 경영정보시스템(MIS)의 가동으로 문서에 의한
결재를 없앤 은행(산업,국민은행등)이 보고서를 만들기위해 시간을 허비
하는 은행보다 앞서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개방과
금리자유화가 진전될수록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금리
예측을 과학적으로 할 수있는 은행이 유리하다. 한 고객에 대해 과거의
거래내용과 거래패턴을 다 파악하는 은행이 영업에서 우위를 점하는건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신상품개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상품화할수있는 은행이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차이는 결국 전산화정도에서
나타난다. 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은행은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보면 "전산화경쟁"은 "은행간경쟁"의 또다른 이름이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