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주문이 한없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국내자동차업계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부딪쳐 밀려드는 수출주문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아예 해외현지법인이나 딜러들에게 수출주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기아 대우등 자동차업체들의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늘고 있어 수출목표 달성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나 설비부족으로 밀려드는 주문만큼 수출을 늘리는데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각업체들은 현재 운전자금에는 어느정도 여유를 갖고 있으나 설비자금조달
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 내년에도 올해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이같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자동차업계는 현재 품질향상과 모델다양화를 바탕으로 엔고에
허덕이는 일본업계의 시장을 잠식할 호기를 맞고 있으나 생산물량이 달려
실기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수출주문을 받아놓고 제때 내보내지 못한 오더가 1만대
가량 밀려있다. 미국 캐나다등 북미지역과 유럽지역에 내보낼 쏘나타가 5천
대 가량 밀려있고 유럽 중남미 중동에 내보낼 소형상용차 그레이스도 4천대
가량을 내보내지 못한 상황이다.

한달 평균 3만1천-3만5천대를 꼬박 내보내도 수출주문에 제대로 대응할수
없다는 현대는 이처럼 밀린 주문은 생산이 갑자기 늘지 않는한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과 해외 딜러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나 생산이 달려
지금은 오더를 내지말라고 억제하고 있는 형편이다"(현대자동차 해외영업
본부 전명헌 이사) 전이사는 올해 수출목표를 당초 40만2천대로 잡았으나
생산능력에 여유가 있다면 45만대 수출도 수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던 그레이스등 소형
상용차의 해외주문이 밀려들어 올해 수출계획을 2만5천대로 잡았으나 5만대
이상의 주문이 몰려들고 있다.

수출주문이 집중되고 있는 쏘나타 의 내수가 3개월이상 밀려있는등 대부분
차종이 내수주문적체를 겪고 있는 형편이어서 내수를 포기한채 생산물량을
모두 수출로 돌릴수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울산공장에서 열리는 생산
계획 회의에서는 수출부서와 내수영업부서간 물량을 확보하기위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주문이 밀리기는 기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수출되기 시작한 신형소형승용차 아스파이어는 당초 포드사에
8만대정도를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4만대의 추가주문이 들어와 고민
이다"(기아자동차 한승준사장)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의 아스파이어(내수명 아벨라) 생산능력은 현재
14만대 남짓. 당초 해외에 8만대를 공급하고 6만대는 내수시장에 풀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당장 생산능력의 한계에 부딪친 셈이다. 그렇다고 현대
엑센트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할 아벨라의 내수를 포기할수는 없는
형편이다.

기아자동차의 세피아도 미국 현지 판매법인은 5만대이상이 필요하다고
본사에 아우성이나 올해 3만대밖에 내보낼 수 가 없다. 생산능력이 18만대
이지만 국내 수요 12만대를 제외하면 미국 유럽 각각 3만대, 일반지역 2만
대로 생산분을 소화할 수 밖에 없다. 캐나다 지역에 수요가 많지만 아예
판매를 시작하지 못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스포티지는 최근 내수
에 여유가 있어 수출물량이 어느정도 확보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인증
이 끝나는 7월경부터는 수출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목표를 26만대로 잡았지만 제대로 물량만 댈수 있다면 30만대
이상의 수출이 가능하다"(기아자동차 수출1부 한상훈부장) 올해는 대충
수요를 맞춰간다해도 당장 내년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내년에 나올
수출전략형 중형승용차 G카가 15만대 생산능력의 라인에서 포텐샤 스포티지
와 함께 생산돼야 하는데 그물량으로는 내수 수출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는
계산이다. G카 수출도 그렇지만 스포티지도 미국에서 워낙 호평을 받고있어
현지의 공급요청이 올해 5만대에서 1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다.

대우자동차의 수출은 현재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현대 기아와는 달리
대량 수출대상지역인 미국과 유럽에 과거 합작선인 GM과의 협약에 따라
수출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GM과의 협약이 내년1월1일자로
해제되는 만큼 대우는 일단 하반기부터 유럽에 대한 수출을 시작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현재 잇단 신차출시로 내수경쟁이 불붙을 경우 수출16만
대 달성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각업체는 설비증설에 고민하고 있다.

"현재 제3공장의 설비증설을 끝내 엘란트라와 쏘나타의 생산여력이 늘기는
했지만 울산공장안에서 더이상 증설은 불가능하다"(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
박병재 부사장)

"아스파이어의 추가주문등을 감안,소하리공장내 생산능력을 18만대로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지만 여의치 않다"(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장 김광순전무)
설비투자를 진행하고는 있으나 장기저리의 설비자금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어 설비투자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2.4분기 해외증권 발행규모를 1억5천만달러로 고집한 것은 계획된 설비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규모였기 때문이다. 7천만달러밖에
배정을 받지못한 만큼 설비투자가 늘어질 수 밖에 없다"(기아자동차 자금
담당 이강전 이사)

기아자동차는 현재 아산만 제2공장과 중형승용차 라인신설, 오토트랜스
미션공장 완공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완공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산업은행 설비자금을 계속 배정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해외
증권마저도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올해 최대 투자사업은 지난1월 착공한 전주 대형상용차공장과 아산
중형승용차공장. 연말에 착공할 예정이었던 아산공장은 착공여부가 불투명
해지고 있고 전주공장도 연말에 일부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스케줄의
연기가 불가피하다.

특히 현대는 전주공장이 완공될 경우 울산의 대형 상용차라인을 이곳으로
옮기고 울산의 공간을 최근 수출호조를 보이고 있는 소형상용차라인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으나 계획에 차질이 오는 셈이다.

"만약 설비투자가 따라오지 못한다면 내년부터는 수출채산성이 좋은 지역
으로만 수출을 국한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현대자동차 전이사)

수출확대보다는 채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채산성제고도 중요한 문제이나
일본업체들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지금은 수출시장 점유율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쩔수 없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물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위해서는 높은 금리의 자금이라도 끌어대겠지만
금융비용부담의 증가는 수출차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설비투자문제는 최근 크게 늘고 있는 현지생산(KD)수출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KD수출물량은 대부분 협력업체에서 제작해 내보낸다. 그러나 이들의
설비의 상당수가 완성차업계가 제공하는 것이어서 설비투자부진은 협력업체
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협력업체는 한정된 설비로 KD물량을 소화
하기위해 2-3부제 작업을 하고 있으나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KD수출에도
문제가 곧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 장애가 되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대부분 업체가 수출은 늘어나는데 수출차량을 대기시켜 놓을 곳이 없다.
선적부두에 차를 대놓을수가 없어 기아 소하리공장,대우 부평공장등은
수출차로 공장내부가 가득메워져 있다.

기아자동차의 경우 인천항 선적야드를 5층 구조물로 꾸미자는 계획을
정부에 냈지만 항만청이 항만의 민영화계획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허가
하지 않고 있다. 대우도 야적지 부족으로 곧 계약을 체결할 (주)한독의
송도매립지에 1천대가량을 세워놓았다가 철거명령을 받았다.

기아 아산만공장에는 민자항만을 세울 계획이지만 허가지연으로 아직
교통이 막히는 2차선 도로를 따라 수출차를 인천항까지 보내고 있다.
물류비의 증가는 가격경쟁력의 최대 악재이다.

수출호조속에서 고민하는 자동차업계. 우리나라의 수출을 앞으로 자동차와
전자가 이끌어 가야한다는 정부의 시각은 고정돼 있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의 부재가 아쉽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