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7일 비서실조직을 일부 개편,기존의 실차장제를 폐지하는
대신 운영위원제를 신설하고 이에 따른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그동안 실차장을 맡아왔던 이학수부사장은 삼성화재부사장으로,
배종렬부사장은 삼성전자부사장으로 각각 전보발령됐다.또 비서실 운영위원
으로 이희준제일기획부사장(사장보좌역)구본국삼성전자부사장(CEO교육중)
김순택삼성전관전무(")가 임명됐다. 이와함께 신경영추진팀장에는 이승한
삼성건설전무를, 홍보팀장에는 이재환제일모직상무를, 인사팀장에는 김인
삼성물산이사를 각각 발령하는 한편 종전의 송필호홍보팀장(이사)은 삼성
건설이사로,황영기인사팀장(이사)은삼성전자이사로 전보시켰다.

<>.삼성그룹은 이같은 조직개편이 비서실내 의사결정의 단계를 축소시키고
그룹전반의 전략적 기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종래 팀장->
실차장->실장으로 이어지는 조직체계에서 실차장제를 없애는 대신 운영위원
제를 도입, 결재권없는 전무및 부사장급의 운영위원들이 실장을 보좌케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들이 조직의 슬림화를 통해 의사결정단계를 대폭
축소시키는 한편 고위임원들이 보좌역으로 임명돼 대표이사를 보좌,회사를
경영하고 있는것과 같은맥락에서 이러한 비서실개편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이번 개편과 관련,비서실에서 3년이상 근무한 사람은 교체하라는
이건희회장의 방침에 따라 후속인사가 단행됐으며 최고경영자(CEO)교육에
들어가 있는 임원들을 재기용하고 신경영추진팀에 전무금임원을 보강함
으로써 신경영의 정착을 겨냥한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서실인사는 그룹내부에서도 매우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지난해
10월말 비서실조직을 대폭 개편하면서 각 팀장의 얼굴을 바꾼지 5개월도
안돼 다시 물갈이 성격의 전격적인 인사개편이 이뤄졌기때문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비서실차장제를 폐지하면서 그동안 재무 인사 감사팀
등을 담당해온 이학수차장(부사장)과 기획 전략 홍보팀을 맡아온 배종렬차장
(부사장)을 각각 삼성화재부사장과 삼성전자부사장으로 원대복귀시킨 점이다
이들은 이건희회장의 이른바 "좌종렬우학수"로 불려온 최측근들로 이회장이
주창한 신경영을 위한 일련의 개혁작업을 주도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
해온 그룹내 실세들이었다.

특히 이학수부사장은 지난 85년부터 비서실재무팀장을 맡아오면서 그룹의
자금을 총괄관리해온 핵심중의 핵심. 46년생으로 고려대 상대를 나와 71년
공채 12기로 그룹에 입사,제일제당이사등을 거쳐 비서실에서 자금업무를
맡아 지난 92년 부사장으로 고속승진함으로써 떠오르는 실세로 부각돼왔다.

배종렬부사장역시 지난해부터 갑자기 그룹안팎에서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른 인물. 서울대상대출신으로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다 76년 삼성물산에
입사,뉴욕법인장및 삼성전자 반도체영업본부장을 거쳐 91년 비서실기획팀장
을 맡았던그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이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신경영차원의개혁작업과 관련,이론적 배경을 제공해 온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터이다.

<>.이번 인사는 따라서 이들이 그동안 맡아온 역할과 무관하지않는 것으로
그룹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이회장이 주창해온 질경영을 위한 개혁작업에
앞장서면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에 몰아닥친 인사태풍의 주역으로
지목돼 상당한 불만을 사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임원들의 위상을 흔든
것으로 받아들여진 각 계열사 전무급의 사장보좌역임명,1백40여명의 임원에
대한 CEO교육파견발령,대규모 발탁인사에 따른 임원급 세대교체등이 잇따르
면서 고참임원및 부장급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기존
관행의 타파를 겨냥한 각종 개혁조치들이 나오고 이러한 변화의 추진과정
에서 이학수 배종렬 두 부사장의 "독주"에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도했다.

이같은 불만과 원성을 무마시킬 필요성이 컸던 것도 이번 인사의 한 배경이
된 것으로 그룹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비서실 운영위원에 인사개혁의
"피해자"로 평가받고 있는 사장보좌역이나 CEO교육입소자를 기용한 것에서도
그러한 배려를 읽을수 있다는 것이다. 개혁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분위기가
와해되는 것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삼성그룹이 역점을 두고 있는 개혁작업이 조직내부의 저항에
부딪쳐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관측에 대해
그룹측은 신경영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이며 이는
그룹의 존망을 걸고 추진하는 것이므로 후퇴나 중단은 있을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점때문에 그룹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불만이 어느정도 희석되고
나면 적절한 시기에 재기용될 가능성도 점치고있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