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보수"라는 관행을 깨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징표가 발탁인사다.

당사자야 당연시하겠지만 "발탁"된 신임이사들이 이번 주총에서도 적지
않게 탄생한 것이다. 한일은행의 허호기이사 천제혁상무,제일은행의
김유홍 박석태이사,서울신탁은행의 심 섭이사등 5명을 발탁의 주인공으로
뽑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않다.

23일로 막을 내린 시중은행주총(개발기관인 장기신용은행제외)에서
임기만료는 54명(대동은행제외). 18명이 퇴임(임기전퇴임을 합하면
20명)했고 20명이 "별"을 달았다.

4명이 한명꼴로 발탁이 이뤄졌다고 할수있다.

한일은행의 심임허이사는 은행생활 28년째. 신임이사들의 평균재직기간
30.15년보다 2년짧다. "파격"이라고 할수는 없으나 2년은 그리 짧은 기간
이 아니다. 그것도 정년(58세)직전인 사람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윤순정행장
이 마음먹고 한 인사라는 평가다.

허이사는 대전지점장 여의도중앙지점장 남대문지점장을 거친 영업통.
영업2부장시절에는 은행내 단일점포로는 가장 많은 총수신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일은행의 김유홍 박석태이사 역시 28년만에 신임이사가 됐다. 제일은행은

다른 은행보다도 재직기간 30년이 넘는 37,38년생 고참부장들이 많은 편
이다.

"유능한 고참부장들이 많다. 어느 누구도 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모두 이사로 발탁할 경우 은행조직은 너무 늙어진다"
이철수행장은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기위해 고참부장중 3명(오세현 신중현
윤규신)을 신임상무로 선임하면서 김,박이사를 발탁한 것이다. 이행장이
"안팎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열심히 일만하면 중용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직원들에게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나이가 다른 행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발탁인사가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발탁된 임원들의 경우 나이도 적다. 20명의 평균연령은 55.25세. 발탁자
들은 이보다 적은 50대초반들이다. 최연소는 역시 한일은행 허호기이사(52).

작년에 신한은행의 한동우이사가 당시 46세로 이사자리에 올랐으나
후발은행인 만큼 기존의 대형시중은행과는 절대비교자체가 어렵다.
신탁은행의 심섭이사도 당초 임원후보군에 떠오르지 않았던 "다크호스"
로 불린다. 그의 은행재직기간은 26년. 20명중 가장 짧다. 그는 64년
전북대상대를 졸업하고 고려대경영대학원을 다닌뒤 67년에 입행했다.

발탁이 비교적 많았던 것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은행이 적극 대응할수
있는 "힘"과 "패기"를 사자는 것. 물론 행장이 힘과 패기를 살수 있었던
데는 노조의 힘도 컸다. 시중은행노조는 주총에 앞서 현임원진의 지지도를
설문조사하는가 하면 "나가야 될 사람"을 지목하는등 변화의 분위기를 조성
했다.

이번 발탁인사에 내부공감대가 이루어졌다는 점도 지나칠수 없는 대목이다.
"임원이 안된 사람은 아쉽기 짝이 없지만 마땅히 됐어야 했을 사람이 선택
됐다"는게 직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각 분야의 탁월한 능력과 내부호평
이 어우러진 사람들이 발탁된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추세는 임원이사에 이어 단행된 부점장급인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작은 점포인 대치동지점에서 지방의 대형점포인 성남지점으로 옮긴
한일은행의 서삼영지점장,역시 이 은행 서초동에서 동여의도로 옮긴 천현주
지점장들이 그들이다. 제일은행의 강낙원종로지점장이 이 은행 전국점포
에서 2,3위를 다투는 여의도광장지점장으로 간것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변화의 바람은 내년에 더욱 세게 불 전망이다. 누가 발탁의 주인공이
될것인지 벌써부터 레이스가 시작된 것만 같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