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올해 주총에서는 배당을 못하는 은행이 상업
서울신탁 대동 평화은행등 4개나 나왔다. 그만큼 은행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자율화와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경영성과는 은행별로 차이
가 두드러지고 있다.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는 과거의 불문률이 자율경영
시대엔 통하지 않는다는 뜻도된다. 각 은행들이 주주총회에서 보고할 대차
대조표와 손익계산서등 재무제표를 분석,은행들의 수익성 건전성 안정성등을
살펴본다.

지난해 가장 많은 업무이익을 낸 은행은 제일은행(3천9백76억원)이었다.
그러나 은행감독원의 경영평가에서는 위에서 세번째인 B등급을 받았다.
업무이익이 1천억원가까이 적은 신한은행(2천8백5억원)이 AA등급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이같은 차이는 단지 이익의 절대규모만 따지는것이
아니라 그에 들어간 제반 비용까지 계산한데에따라 나타난다. 즉 같은
비용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익을 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각종 수익성지표이다.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금운용이익률 총자산경비율 1인당업무이익등이
그것이다. 우선 대표적인 수익률지표인 총자산이익률을 보자. 14개
시중은행의 경우 총자산에 대한 당기순이익의 비율을 나타내는 ROA는
지난해 0.5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92년 0.70%보다 0.1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지난 80년(0.79%)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아졌다. 지난 92년의 미국10대
상업은행의 ROA 18.6%보다 한참 뒤지는 수준이다. 이같이 ROA가 낮아지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대출 등에 운용한 자산증가율을 당기순이익증가율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데서 기인한다.

총자산에 대한 업무이익의 비율도 마찬가지이다. 은행감독원의 경영평가
결과 신한 한미은행을 포함한 8대은행의 총자산업무이익률 평균은 1.45%
였다. 가장 높은 은행인(신한은행2.06%)과 가장 낮은 은행의 차이가 1%
포인트로 벌어졌다. 외환은행은 업무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별개로 치더라도 신탁은행(1.21%)와 상업은행(1.18)등의 격차심화는 문제가
아닐 수없다.

자기자본에대한 당기순이익의 비중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비슷한 추세. 14개시중은행의 ROE는 지난80년 11.86%를 기록한이후 92년엔
6.88%로 낮아졌으며 올해는 다시 6.64%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미국의 10대상업은행(18.6%)이나 일본의 10대도시은행(9.3%)은 물론 독일의
5대은행(14.55%)보다 한참 뒤져있는 상태이다. 8대시중은행의 자기자본업무
이익률평균은 16.69%.제일은행(20.70%)과 조흥(19.87%) 한일(17.71%)은행이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그 이하에 머물러있다. 이는 은행들이
각종 충당금이나 이익잉여금등을 제대로 쌓지않고 부채(예금)에만 주로 의존
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있다.

1인당 업무이익은 일단 외형적으론 증가추세에있다. 8대시중은행평균이
3천5백40만원으로 전년보다 1.2%증가했다. 경영합리화를 충실히 추진한
신한은행이 6천8백89만원으로 다른 시중은행의 2배가까이 달했다. 반면
직원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5대은행들은 전체업무이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업무이익은 적어 경영합리화의 지속적인 추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이익이 이같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전체의 경비가 대폭 늘어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해 8대시중은행이 쓴 경비는
은행당 2천5백71억원.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전년보다 12.3%나
늘어났다. 이에따라 총자산에서 경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8대은행의 총자산경비율은 1.38%로 총자산업무이익률(1.45%)에 거의
근접하고있다. 이익을 내는만큼 경비가 들어가 그만큼 효과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이 평균을 밑돌았으며 5대시중은행은 평균을
웃돌아 이들 은행의 군살빼기가 아직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지난해 각종 수익성지표는 이익의 양적성장에도 불구하고 결코
좋아지지 못했다. 특히 신한은행등 일부은행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있는 반면 다른 은행은 아직 제자리걸음에 머물고있다.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개방시대를 살아가는 은행들에게 과제로 남은
셈이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