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니바퀴 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할 경제정책이 이 빠진 바퀴 마냥
덜거덕거리며 걷돌고 있다.

부처간에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들이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가 하면 정작 "정부"의 입장정리가 시급한 대목에선 아무도 입을
열지않고 있다. 엊그제 발표한 시책이 하루가 멀게 뒤집히는 게 예사고
아예 없었던 일로 접어 들이는 수도 종종 있다. 이러니 기업이고 국민이고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제계에선 최근들어 심해지고 있는 이같은 현상을 "경제팀" 부재현상으로
일컫고 있다. 주무부처는 있으되 경제팀은 없고,아이디어는 있지만 정책은
없다고들 한다. 한마디로 제각각 들뛰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세금 물가
통화관리 민원행정 그 어느 곳도 매한가지다.

7일 발표된 교통세인상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는 국제유가가
떨어지면 국내 소비자의 기름값도 똑같이 내리도록 하겠다며 유가연동제를
발표한게 지난주말인데 느닷없이 국제가격 하락분을 세금으로 흡수하겠다고
결정했다. 교통세 세수에 차질이 발생하게 됐기 때문에 지하철이나
고속도로를 제때에만들려면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데 지난 주말까지도 세수 따위는 거론조차 않았었다. 세율을 다루는
재무부로선 기름값은 상공자원부가 고민할 대상이고,상공자원부는 오로지
유가연동제만을 챙기면 됐고,경제기획원은 돈이 걷히면 쓰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당국이 유가를 잘못 전망해 빚어진 책임을 국민이
세금으로 막게됐다.

세금 쪽에선 지난번의 농어촌특별세 때도 마찬가지 였다. 대통령이 연간
1조5천억원을 걷으라고 하자 중소기업과 농공단지 입주기업은 물론 영세
서민과 근로자에게 까지 세금을 물렸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대폭
손질당했다. 역시 사전협의 미비의 결과였다.

요즘은 경기진단을 놓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에선 경기과열이
우려된다며 부동산투기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발표"한 반면 경제기획원은
아직은 과열이 아니며 그저 회복되는 수준이라고 딴소리를 했다.
그런가하면 청와대는곧장 "와전"이라고 해명했다.

기업들만 어안이 없어졌다. 정부가 요즘 경기의 상태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의 투자나 판매전략이 달라지는 데 당국이 이러고
있으니 의사결정을 내릴 재간이 없다.

통화관리는 "통화당국"간에도 말이 맞지 않고있다. 한은총재가 증권시장의
동향만을 보고 통화정책을 바꿀 수는 없으며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날 재무장관은 통화를 조이겠다고 외치고 있었다. 증권시장에선
한은총재의 발언이 호재가 되다가 재무장관의 발표가 악재가 돼 혼란을
치렀다.

이밖에도 허다하다. 부동산경기가 어떻게 될지 아슬아슬한 판에 건설부는
기획원에 일언반구도 없이 건축허가를 신고제로 전면개편하겠다고 해
기획원이 짜증을 내고 있다. 정작 경제팀장인 부총리는 공공요금도
인상요인이 있으면 그때그때 올리겠다고 했다가 스스로 뒤집고 말기도
했다.

경제계에선 정부의 이런 모습을 두고 "정책도 개혁스타일로 하기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내놓고 떠들다 보면 말이 많아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일단 밀어부치려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쉬쉬"하는 대상에 관련부처도
포함되고,언론과 국민도 들어간다. 또 "깜짝쇼"를 지나치게 즐기는 새정부
의 스타일도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느닷없이 터트려야 "커 보인다"는 인식
이다. 부처이기주의 이고 정책과시주의 현상이다.

무엇보다 경제팀장인 부총리의 역할부재를 탓하는 시각이 적지않다. 취임
초기 그의 언행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통솔력에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우리 경제의 최대현안은 기발할 묘안이 아니라
경제팀의 구심력 회복이라는 한 경제인의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게 분명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