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그룹의 구두회 호남정유사장(66)과 이재연 엘지신용카드사장
(63)은 94년 인사에서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대표이사가 아닌 부회장 자리이다.

이들은 각각 호남정유와 엘지신용카드의 경영자문역할만을 맡고 경영일선
에서 한발짝 물러나게 된다.

최근 무협회장에 추대된 구평회 럭키금성상사회장(68)과 같은 역할이다.

구평회 럭키금성상사회장과 구두회 부회장은 구자경 그룹회장의 삼촌들
로서 모두 창업 1세대이다. 이재연 부회장은 금성전선의 전신인 한국
케이블공업에 지난 62년에 입사한 초창기 멤버이다. 이들 대신에 허동수
호남정유수석부사장(51)과 최진영 엘지신용카드부사장(57)이 대표이사로
선임돼 실질적인 경영책임을 맡게된다.

사장급으로 승진한 손기락 금성정밀사장(57)과 김이환 희성관광사장
(59)을 비롯 회장실 해외사업추진위원회 천진환사장(55)은 이번에 물러난
6명의 사장들이 대부분 60세이상의 고령인데 비해 비교적 젊은층이다.

구세대에서 신세대쪽으로의 세대교체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젊고
능력있는 최고경영자들을 기업일선에 전진 배치시켜 급속한 경영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다른 대기업그룹에서도 럭키금성그룹과 같은 최고경영자들의 세대교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규모 물갈이인사로 재계에 충격을 던졌던 삼성그룹의 경우도 최고
경영자들의 세대교체현상이 나타났음은 물론이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이해규 중공업사장(54) 안재학 호텔신라
사장(53) 윤기선 제일기획사장(55)들은 50대초/중반 사람이다.

유현식 제일모직대표이사부사장(54) 이형도 전기대표이사부사장(51)
김무 중공업대표이사부사장(53) 안기훈 증권대표이사부사장(53) 홍종만
삼성화재대표이사부사장(51)등은 50대초반의 인물들이다. 이윤우 전자대표
이사부사장은 48세이다. 전무급에서도 대표이사를 선임할만큼 과감한 세대
교체가 이뤄졌다. 김익명 코닝대표이사전무(51) 서동균 BP화학대표이사전무
(49)와 허태학 중앙개발대표이사전무(50)가 바로 그들이다. 모두 50대
전후의 인물이다.

선경그룹도 원로급의 퇴진과 함께 신진세력의 부상이 두드러진 곳이다.

10년동안 유공을 맡아온 김항덕사장(53)이 그룹부회장으로 옮겨감으로써
그룹계열사의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새로 유공을 맡은 조규향
사장(59)과 박종율 가스사장(58)의 영전에 따라 임원들의 무더기 승진이
뒤따랐다.

대기업그룹들이 올해 인사에서 최고경영자들의 물갈이뿐만아니라 조직내
에 새바람을 불어넣기위해 젊은 임원들을 대거 기용해 중간경영층의 세대
교체에 나섰다.

삼성그룹은 이사대우에서 부사장에 이르는 2백65명을 승진시켰다.

럭키금성그룹과 선경그룹은 각각 2백3명과 1백8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최고경영자의 물갈이에 나서지 않은 대기업들도 무더기 임원 승진인사를
통해 젊은층을 두텁게 만드는 경향을 나타냈다.

현대그룹은 2백62명을 승진시켜 젊은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사장단이동이 없었던 대우그룹도 1백85명의 임원들을 승진시켜 세대교체
를 꾀했다.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의 세대교체바람은 30대그룹 가운데서도 상위
대기업그룹에서 더 강하게 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과감한 인사를 통한 조직개편으로 경영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럭키금성그룹의 금성사와 현대그룹의 현대전자
에서 특히 승진인사가 많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능력과
실적을 통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생존을 위해 재계에 불고있는 세대교체의 바람은 우리 기업구조변화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 김시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