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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그룹의 인사가 거의 마무리되면서 올해 인사의 특징도 뚜렷이 드러
나고 있다. 여느때보다 물러난 임원이 많은 가운데 발탁인사가 눈에 띄었
으며 기술/해외부문 전문가의 승진도 두드러졌다. 올해 인사에서 나타난
세대교체의 흐름을 특징별로 짚어본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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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부터 이뤄진 94년 주요그룹 임원인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과거
어느때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임원이 많았다는 점이다. 각 그룹들이
저마다 경영혁신을 겨냥한 인사개혁에 나서 대규모 물갈이를 시도하고
나선것이다.

이에따라 수많은 임원들이 "정리케이스"로 퇴진했다. 과거 큰 잘못이 없는
한 승진에 인색하지 않았던 그룹들이 이제는 연공서열이 아니라 "능력"이라
는 새로운 잣대로 인사방식의 일대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조직관리의 근간으로 삼아왔던 연공중시형 온정주의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5명의 사장을
상담역으로, 4명의 부사장을 고문으로, 27명의 전무급이하 임원을 자문역을
각각 발령해 경영일선에서 퇴진시키는 큰폭의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의인사개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무급 임원 14명을 사장보좌역
으로 임명, 결재라인에서 배제시키고 지난해 9월이후 1백40여명의 임원을
CEO(최고경영자)교육에 입소시켜 "보직해제"시켰다.

물러난 임원들은 주로 관리출신 고령임원들. 상담역으로 김정상호텔신라
사장 성평건삼성BP화학사장 김연수중공업사장 이승영신용카드사장 정용문
종합기술원사장이, 고문으로는 편송언중앙개발대표 강경수삼성화재대표
박경팔삼성전관대표 채오병제일모직대표가 임명되면서 퇴진했다. 이밖에
자문역으로는 전자에서 K전무등 4명, 물산에서 L상무등 3명, 전기는 P상무
등 2명이 발령받았고 중공업 전관 석유화학 시계 화재 엔지니어링등에서도
관리본부장 또는 영업본부장전무급들이 물러났다. 임원재교육 프로그램인
CEO교육에 입소시켜 보직만 해제시킨임원들도 그 대상이 관리부문등 축소
되는 조직에 있거나 한분야에 오래 근무한 임원, 삼성이 주창하는 "질위주
의 신경영"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도 상당수 퇴진이
불가피하다. 삼성은 이들의 대부분이 교육을 마친후 현업에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교육대상자 스스로 "정리케이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에따라 생명의 J전무 S이사, 화재의 S상무등은
아예 사표를 내던졌다.

현대그룹에서도 35명의 고령임원들이 퇴진했다. 자동차에서 김정만전무가
고문으로 임명돼 일선에서 물러난 외에도 S상무등 4명의 50세 이상 임원들
이 회사를 떠났으며 정공에서 고도웅부사장이 고문으로, 65세의 L전무를
비롯한 5명이 물러났다. 건설과 석유화학에서도 각각 전계종전무와 한건우
부사장이 고문으로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럭키금성그룹에서도 사장 7명을 비롯, 부사장 2명 전무 7명 상무 10명
이사및 이사대우 11명이 퇴진하는 유례없는 물갈이가 단행됐다. 최근선
(주)럭키사장 박원근금성전선전선부문사장 김대기럭키개발사장 이영주호남
탱카사장 김종환호유에너지사장등 60세이상의 고령사장외에 한성갑회장
자문역사장 안치한금성정밀사장이 물러났으며 럭키금속의 임석중부사장급
연구위원 (주)럭키의 정두환부사장 L전무 N이사등도 연령 또는 건강의 문제
로 회사를 떠났다.

최근 인사를 단행한 대우그룹에서는 지금까지 8명의 임원이 퇴진했으나
올해 연공서열을 무시한 발탁인사가 두드러지면서 승진에서 누락된 임원들
의 자진퇴사가 앞으로 상당수 나올 전망이다. 이미 윤석헌경제연구소고문
중공업의 K이사등 3명, 조선에서 3명, 기전에서 1명이 물러났다.

선경그룹도 유공 선경인더스트리 유공가스 흥국상사 선경증권등에서 8명의
임원을 고문으로 위촉, 경영일선에서 퇴진시켰다. 유공의 안명주부사장
김정석전무, 인더스트리의 조용헌전무, 유공가스의 서효중사장, 흥국상사의
윤주학사장, 증권의 유철호사장등이 이번에 물러난 사람들이다.

쌍용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3명의 사장을 퇴진시켰다. 장석환정유사장
이상만해운사장 최병항컴퓨터사장이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이밖에도 양회의 P전무 엔지니어링의 K전무및 L상무 (주)쌍용의 K이사등도
회사를 떠났다. 효성그룹에서도 물산의 공정곤부회장이 퇴사했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임원인사를 마무리지은후 후소조치로 조직개편을 단행
하고있다. 이과정에서 보직을 잃거나 불만을 품은 일부 임원들이 추가로
물러날 가능성도 크다.

대기업그룹들이 올해 전례없는 물갈이인사를 통해 기존 연공서열우선방식
의 인사구도를 과감히 털어버리고 있는 것은 과거의 온정주의 인사로는
급변하는국내외 경제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어렵다는 자각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그동안의 양중심사고에서 탈피, 질을 우선한 새로운 경영
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조직의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 "개혁
의 의지와 실천력"을 갖춘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대거 발탁하는 한편
스스로의 변화의지가 뚜렷하지 못한 인물은 과감히 도태시켜 혁신을 주도
하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추창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