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은행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26일 장영자씨금융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선우윤전행장의
공식 사표수리도 못하고 행장대행도 선임하지 못한 상태에서 노동조합
임원및 이북5도민회주주대표들이 사후수습방안에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경영공백까지 우려된다.

노동조합은 선우행장의 복귀및 은행의 정상화를 원하는 탄원서를 만들어
이날 청와대에 접수시켰다. 이 탄원서엔 조합원들은 물론 차장급대다수,
지점장및 본부 부장일부를 포함 1천7백명정도가(전직원 2000명) 서명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지난해 안영모전행장의 퇴진으로 6개월간의
경영공백을겪은뒤 선우행장체제로 재기를 시도한던 중 또다시 4개월만에
행장이 물러나게돼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실명제위반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지만 은행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선우행장의 구제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선우행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송한청전무를 행장대행으로
선임하려던 27일의 획대이사회에서도 이같이 주장,행장대행선임은 31일로
연기됐다.

동화은행은 사후수습을 못하고 표류함에 따라 은행감독원과 주주대표들도
비상이 걸렸다. 은감원은 이날 주주대표들의 리더격인 조창석전평안북도
도민회장 (삼영모방공업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빨리 확대이사회를
다시 열어 은행을 정상화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주주대표들은
노조원은 물론 상당수 지점장및 부장등 간부급직원들도 선우행장의 복귀를
바라고 있는데다 자신들 역시선우행장의 퇴진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 선뜻
수습에 나설만한 여건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회장은 "은행직원 대부분이 비슷한 견해를 갖고있어 우리들도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동화은행직원들이 뜻이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선우행장의 퇴진은 속사정이야 어떻든 형식이 "자진사퇴"이고
임원의 사퇴의사표명은 사표의 수리여부에 관계없이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은감원은 선우행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하지 않았을 경우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에 해임권고를 요청할 계획이어서 어차피 선우행장의 복귀는 실현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노조측도 이를 어느정도 의식하고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우행장의
복귀를 강력히 바라는 것은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나 컸기 때문.
노조측은 탄원서에서 "선우행장은 깨끗하고 정직한 성품으로 안전행장의
구속으로흐트러졌던 은행의 근무기강 직원사기및 내부화합등 모든 부문을
바로잡기위해 헌신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노조는 특히 선우행장이 없는
동화은행을 현임원진에게 맡기기에는 "현임원진이 다소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동출장소의 사고나 그전에 터진 일련의 사고에 대한
책임도 현임원진에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장은
나가고 문책경고를 두번씩 받은 송한청전무가 행장대행을 맡고 다른
임원들도 그대로 있다면 은행경영의 정상화는 어렵지 않겠느냐는게
노조측의 입장이다.

노조가 현임원진에 다소 배타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이들이 이북5도민
회의 입김을 받아 은행경영이 "넓게는 이북,그안에선 도별로 이해가 엇갈
리는 지역적 이기주의"에 적지않은 영향을 받을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다.

이때문에 노조는 작년말에 그간의 사고에 책임을 물어 임원진의
전면퇴진을 요청했었다.

그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임원들도 당시 분위기를 감안,"신상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행장에게 위임한다"는 각서를 연명으로 써 선우행장
에게 제출(작년 12월2일)했다.

결국 노조는 은행경영의 정상화를위해 우선 행장구제를 청와대등 곳곳에
호소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월23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문제의 임원은 퇴진해야 한다"는 압력을 넣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선 당장 동화은행에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해야할 선장이 없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않을것같다. 주주대표들도 이를 감안,서둘러
확대이사회를 열기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수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주총개최도 지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이번에 동화은행이 행장사퇴파동을 겪고 있는 것은 은감원의 매끄럽지못한
문책절차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씨사건에 대한 검사를 완전히
끝낸뒤 문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위규의 정도에 따라 정상적인 문책절차를
취했어야했으나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빌렸다는 점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