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소주시장에서 OB(경월)와 진로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자 이들 중간에서 곤경에 처한 주류도매상들이 대대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종합주류도매업협회는 서울지역
2백6개 주류도매상들의 이름으로 OB와 진로에 더이상 우월적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하지말아달라고 통고했다.

이날 협회의 이성기회장은 OB의 이희수부사장및 진로의 박래웅부사장과
잇달아 회동, 이부사장에게는 도매상들이 떠안고 있는 경월그린소주가
소진될때까지 더이상 떠맡기지 말것을, 박부사장에게는 도매상들의
경월그린소주취급을 간섭하지 말것을 각각 요청했다. 이회장은 OB와
진로가 도매상들에게 불공정거래를 계속할 경우 집단농성과 대국민홍보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매상들이 제조업체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류도매업계가 이같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OB와 진로가 소주시장을
놓고 싸우는 통에 진로소주도 OB맥주도 받기가 어려워져 장사가 곤란
해졌기 때문이다.

경월은 지난 17일 경월그린소주의 디자인을 바꿔 서울시장에 풀면서
진로에 적극적으로 맞붙기 시작했다. OB는 용차40대를 동원, OB맥주를
취급하는 도매상에 경월그린소주를 쏟아분 것으로 전해진다. 도매상
1곳에 40-2백상자를 공급했고 대다수의 도매상들에 주문도 받지않고
무조건 출고했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불과10여일만에
수천상자가 서울시장에 뿌려졌다. 경월소주를 안받는 곳에는 같은
양의 OB맥주를 공급하더라도 여러 곳의 하치장에서 받게하여 불편하게
하거나 OB맥주공급량을 감량, 중단하는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로도 보고만 있지는 않고있다. 경월소주가 수도권에 본격적으로
뿌려지기전부터 슈퍼나 도매상에 일선직원을 배치, 경월소주를 감시해온
진로는 경월그린을 받은 도매상에 진로소주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여서
출고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행사가 끝나 유행도 지난 엑스포소주로
대체출고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경월그린을 받으면 진로소주를 받기 어렵고 경월그린을 안받으면
OB맥주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도매상들은 요컨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머에 빠져있다. 도매상중에는 경월소주를 안받는다고 OB가
어음을 조기결제토록 유도하는 바람에 부도위기에 몰려있는 도매상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고 그린소주를 받자니 진로소주를 포기
해야할 판이다.

이성기주류도매업협회장은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행위는 도매상들을
대기업의 대리점이나 계열기업으로 만드려는 것으로 정부의 의지와는
배치되고 2개이상의 브랜드를 취급하라는 국세청장의 권장.지시에도
안맞는다"면서 "제조회사들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선택은 소비자가
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도 이를아랑곳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그린소주는 아직 잘팔려나가지 않는데다 물량은 쏟아져나오고
있어 적체가 심한 형편이다. 이때문에 암시장에서 경월그린 40병들이
한상자의 가격이 출고가격보다도 약5천원정도 떨어진 1만8천5백원선에
형성되고 있다.

<채자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