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관의 변창연 제1연구실 실장(38)은 요즘 신바람에 젖어있다. 팀장인
그 자신을 포함 12명의 프로젝트팀(WB팀)이 1년여의 각고끝에 신제품인
와이드 TV용 평면브라운관의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이어 세계 2번째로 성공한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그만큼 고난도의
첨단제품이었다. 개발비만도 50억원이 들어갔을 정도이다.

WB팀이 내놓은 이브라운관은 32인치 크기에 가로세로 화면비율이 영화
스크린과 같은 16대9로 대형화 고급화를 이루었으며 외면곡률을 2배나
플랫트하게해 평면감을 2배정도 높였다.

평면감이 좋다는것은 기존제품의 시야각이 15도 정도인데 이 제품은 30도
까지 가능 화면의 생동감이 뛰어나다는 것.

앞유리가 볼록한 지금까지의 브라운관은 화면모서리의 찌그러짐현상으로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가 배가볼록하기 때문에 시청자
의 시야각이 좁아 실감있는 영상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같은 단점을 해결한
것이 수퍼플랫브라운관이다.

또 이제품은 더블 다이나믹 포커스 방식을 채용,보다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게 했고 전자총의 네크구경을 종전의 37.5mm에서 32.5mm로 소구경화해
저소비전략형으로 만들었다. 편향전력이 기존제품에 비해 20%나 절약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이제품은 극장을 안방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삼성전관측은 이
브라운관이 TV대형화 추세에따라 시장을 상당기간 주도할 것이라고 말하고
HDTV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내에서 WB팀은 무서운 젊은이들로 불리운다. 2-30대로 구성돼 있는
데다가 굽힐줄 모르는 저돌력을 갖고 있어서이다. 이팀은 박사급 1명
석사급이 6명이나된다. 선임연구원인 조윤형씨가 과학기술원 박사이고
변실장 팀의 간사인 이옥택씨를 비롯 선임연구원인 도한신 박종수 손석봉
신현정씨등이 공학석사 출신들이다.

WB팀은 개발기간중 거의 많은시간을 연구소에서 보냈다. 외국논문집을
밤을 새가면서 열심히 뒤졌고 1주일에 두번씩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결과를
토론했다.

짜증이 날때는 서로가 위로를 했다. 일본 마쓰시다 제품을 5개나 사다가
때려부수기도 했다. 어느정도 이론적인 무장과 구조분석을 끝내고 실물
제작에 들어갔지만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다. 70여종에 달하는 부품을
구입할 수가 없었다. 직접 제작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등 첨단기술에 비해 프레스 금형 소재기술등 기반기술이
너무 취약합니다"생산설비쪽을 담당했던 박종수연구원은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서울산업대의 도움을 받아 일정한 곡률을 낼수있는 마스크 금형제작에
성공했다. 또 장소도협소하고 생산설비의 효율화를 위해 설비의 공유화를
해야만했다. 기존의 생산라인에서 이제품의 생산이 가능해야 생산코스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연말 크리스마스 이브날 사장님을 비롯 회사 높은분들을 모시고 시험
방송을 했습니다. 성공이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나와 팀원들을 붙들고 엉엉 울었다고 변팀장은
당시를 회상했다.

WB팀 12명은 이날 수원근교 불고기집을 찾아 밤새도록 술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