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입법예고한 민자유치촉진법안은 재정자금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자금을 민간에서 조달하기
위해 토지무상사용 부담금감면 세제지원등 유인장치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조치라 할만하다.

민자유치사업 시행자에게 토지수용권을 보장하거나 시설사용료를
자율적으로 결정할수 있도록 하고 주택건설등 부대 수익사업을 혀용한
것도 민간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배려이다. 투자자금은 막대한데
비해 자금회수에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탓에 투자를 꺼리는 민간기업을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민간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도로
철도 항만들 부족한 시설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정부가 지난해말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조치와 함께 정부기능을 민간에
넘기자는 민간주도 경제정책의 신호탄으로 볼수 있다.
일견 민간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인상을 받을수도 있는 이같은 법안을
제정하기로 한것은 우리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로는 경쟁력강화를 기대할수 없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신경제5개년계획에서 SOC건설에 우선 투자한다는 방침아래 각종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했으나 한마디로 역부족이었다. 유류 관련 목적세를
신설하고 공공자금관리기금을 신설해 SOC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나
확정된 투자액은 필요투자액의 75%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처럼 SOC투자가 부족한 요인의 하나는 한계에 달한 재정자금만으로
투자재원을 조달하려는 데에 있다. 사회간접자본이 잘 정비되어 있는
외국의 경우 진작부터 SOC건설에 민간자본의 참여를 적극 유치해왔다.

프랑스는 86년 현재 전체 고속도로 총연장 6천5백55km중 70%를 8개
민관합동회사와 1개 민간회사가 유료로 운영하고 영국과 프랑스간50km의
해저터널 건설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한 순수 민간회사가 건설하는등
진작부터 활발히 추진돼왔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과거 도로 철도 항만 공항시설등을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한 사례가 있긴하다. 그러나 대부분이 수익성이 낮아
정부측에 인수됐다. 서울-인천간 고속도로가 민간자본으로 건설됐으나
바로 도로공사에 넘겨졌으며 원효대교도 서울시에 기부채납됐다.

항만 공항의 경우 비교적 민자유치가 활발한 편이나 주로 터미날등
전용시설이 대상이고 방파제 활주로등 기본시설은 제외되는등 아직은
제한적이다. 철도의 경우엔 역세권개발과 사철건설의 법적 근거는
있으나 구체적인 규정 미비로 민자역사외엔 실적이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민자유치 실적이 부진한 것은 유료도로법 항만법 철도법등
개별법에 민자유치근거가 있으나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고 수익성을
보장하는 장치등이 미흡하기 대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민간자본을 유치하기위한 지원책은 특정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인식돼 금기시 되어온 탓도 무시할수 없다.

기획원이 이날 발표한 민자유치법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자유치를
위한유인책을 갖추면서도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사업시행자가 시설사용료를 신고 형식으로
자율결정할수 있도록 하되 사용자의 편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정부가 변경명령권을행사할수 있게 한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과거 민자유치사업에 참여했다가 재미를 보지못한 경험을 갖고
있는기업들로선 불분명한 조항이 많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공공목적으로
경영권을 변경할수 있도록 하거나 법령위반등 특별한 경우에는 공사중지등
기업들에겐 치명적인 조치를 내릴수 있도록한 규정들이 기업들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칫 특혜시비를 불러 일으킬 소지도
안고있다. "민자유치사업심의회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공정하게
처리하겠다"(안병우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는 게 정부의 방침이나 보다
투명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