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은 11일 "94년도 경제운영방향"을 발표하면서 예년과 달리
경제성장률등 거시지표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개발연구원
(KDI)한은 민간경제연구소등의 전망치를 종합해 참고자료로 내놓았을 뿐
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경제운영실적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추궁을 회피하자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경제기획원 산하인 KDI의 전망치가 정부의 목표선이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리고 있는 금년 경제의 "밑그림"을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기관별로 올 경제성장전망을 보면 KDI가 7.0%로 가장 높게 점쳤고
한은이 6.3%내외,민간경제연구소가 5.5-6.8%등으로 내다봤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금년엔 6-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등 작년
하반기이후 꿈틀거리기 시작한 경기가 가시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등 선진국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타고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타결로 수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또 금융실명제나 금리자유화등 정책적 불안요인이
상당부분 사라져 기업들의 투자의욕도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실제로 설비투자는 지난해 제자리 걸음에서 6.2%의 증가를 나타낼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한은(5.8%)이나 민간연(3.8-7.5%)도 설비투자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건설투자도 건축규제완화등에 힘입어 작년(4.8%)보다 높은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KDI와 한은은 건설투자증가율을
각각 7. 0%,6. 5%로 예상했다.

수출의 경우 세계경제회복등 대외여건호조로 작년 7.6%증가에 이어 7.0
(민간연)-9.1%(KDI)의 견조한 신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입도 내수회복에 따라 지난해(2. 5%)보다 3배정도 높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KDI(7. 7%)나 한은(7. 8%)은 내다봤다.

그러나 수입증가율은 수출신장률을 밑돌아 국제수지면에선 흑자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KDI와 한은이 각각 32억달러,24억달러의 무역수지흑자를
예측했고 민간연도 19억-39억달러의 흑자달성이 가능할것이라고 점쳤다.

경상수지흑자폭은 KDI 12억달러,한은 5억달러,민간연 4억-23억달러등으로
각각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국제수지 흑자가 늘어나는등 "성장"과 "수지"라는
두마리 토끼는 잡을수 있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시각인 셈이다.

그러나 각 기관들은 내수가 회복되고 흑자폭이 확대됨에따라 물가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가장 낮게 본 KDI가
5.6%,민간연이 5.8-6.0%,한은이 6.1%내외로 예상했다.

당초 신경제5개년계획에서의 목표선인 4.3%뿐아니라 지난해 5.8%보다도
대체적으로 높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금년 경제운영에서 정부가 뛰는 또
한마리의 토끼(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