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은 가장 까다로운 안전 평가로 알려진 미국 고속도로보험협회(IIHS)의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에 지속 선정되고 있다. 영국 자동차 리서치업체 대첨리서치에 따르면 XC90은 2003년 출시 이후부터 발생한 사고 중 운전자와 탑승객을 포함한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모델이 ‘왕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볼보가 개발한 안전 기술의 힘이다. XC90은 ‘안전의 볼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도록 모든 라인업의 ‘안전 상향 평준화’를 이뤄낸 상징적인 모델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은 옵션(선택사양)이 될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된 대표 SUV로 안심하고 주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일럿 어시스트 2 볼보는 XC90을 처음 공개한 2002년 ‘전복 방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2014년엔 ‘교차로 추돌 감지 및 긴급 제동 시스템’과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등이 추가됐다. 볼보의 안전 시스템 ‘인텔리 세이프’를 모든 트림(세부 모델)에 기본 적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표시된 도로에서 앞차와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최대 시속 140㎞까지 주행할 수 있는 ‘파일럿 어시스트 2’ 등을 트림과 관계없이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시티 세이프티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긴급 제동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도 인텔리 세이프티 시스템에 포함된다. 차량, 보행자, 자전거, 대형 동물 등을 감지하고 교차로 추돌 위험 감지 기능에 조향 지원까지 가능하다. 또 도로 이탈 완화,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등 최신 능동형 안전 시스템도 적용됐다.
대형 동물 감지 볼보는 XC90을 처음 출시할 때부터 높은 차체 형상에 따른 운전 속성 차이, 전복 위험 등 당시 SUV가 지닌 단점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충돌 때 차량 안전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하부 ‘크로스 빔’, 어린이 안전을 위한 2열 부스터 쿠션 등도 주목받았다. 2015년 출시한 2세대 XC90엔 1열과 2열 좌석에 초고장력강판(UHSS)을 적용해 승객 안전성을 높였다. 볼보 관계자는 “새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적용한 XC90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볼보의 ‘안전 헤리티지(유산)’를 잘 따르는 대표 SUV”라고 전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들이 미래 기술로 경쟁하는 ‘CES 2023’에서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전동화, 커넥티비티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을 내세웠다. 미래형 목적기반차량(PBV) 콘셉트 모델 ‘엠비전 TO’가 전시의 꽃이었다. 엠비전 TO의 차량 바퀴가 90도 꺾여 제자리 회전을 하고 크랩(게걸음) 주행에 나서자 여기저기서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CES 2023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시 공간(780㎡)을 마련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비전을 뽐냈다.이 회사는 이번 CES에서 일반인 관람객뿐 아니라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인 영업을 펼쳤다. 전시관 안쪽에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하고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현장 영업과 마케팅을 진행했다. 프라이빗 부스는 글로벌 고객사 전용 전시 공간이어서 사전에 약속된 고객사 관계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일반인 관람객을 대상으로 현대모비스의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선보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즈니스 논의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총 19개의 부품이 프라이빗 부스에 전시됐다. 수주 시 곧바로 양산이 가능한 제품들이다. CES 2023 혁신상을 받은 4종의 부품도 포함돼 있다. 대형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스위블(swivel) 디스플레이, 좌우 독립형 후륜조향시스템, 25인치 헤드업디스플레이 등이다.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CES에서 19개 기업 150명에 달하는 고객사 관계자들이 프라이빗 부스를 방문했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 메이저 고객사들을 중심으로 현대모비스의 전동화와 섀시, 인포테인먼트 기술 등에 관심이 크다”며 “여러 고객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아 올해도 공들여 준비했다”고 말했다.현대모비스는 CES를 통한 선순환 수주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수주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그해 열리는 입찰을 통해 수주를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성환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이 총출동해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글로벌 주요 업체들과 쉴 틈 없이 미팅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회사 관계자는 “이번 CES를 통해 구축한 해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올해도 수주를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자동차 회사의 디지털 리더십은 가장 큰 화면을 가졌는지, 가장 높은 처리 능력을 지녔는지, 디지털 코드를 가장 많이 쓰는지로 결정되지 않습니다.”올리버 집세 BMW 회장(사진)은 CES 2023 기조연설에서 사람과 기술의 융합을 강조했다.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라며 “모빌리티는 점점 더 인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집세 회장은 이번 기조연설에서 미래 모빌리티 구현과 관련한 BMW의 철학을 설명했다. 그는 모빌리티 미래의 세 가지 포인트를 전기, 순환(재사용), 디지털로 요약했다. 미래 모빌리티 개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핵심 키워드가 이 세 가지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얘기였다.집세 회장은 “이 세 가지 특성이 미래 자동차에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기’라는 속성은 커다란 기계 덩어리였던 그동안의 내연기관차에서 벗어나 차를 통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또 BMW는 통조림 캔에 쓰인 철이 자동차 차체로 재사용되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퍼즐의 마지막 조건인 ‘디지털’을 추가하기 위해 ‘에이스’를 데려왔다”며 콘셉트카 ‘디’를 소개했다. 집세 회장은 “BMW가 ‘노이에 클라세’라고 불리는 차세대 모델 개발을 통해 무엇을 하려 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과거를 존중하면서 미래를 포용하는 것이고, 이동을 더 쉽게 만들면서도 인간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디’라는 이름은 디지털 감성 경험(Digital Emotional Experience)을 나타낸다. 집세 회장은 “디는 인간과 기계의 상호 작용을 구현한다”며 “BMW에는 자동차와 소프트웨어 개발 팀이 따로 있지 않다. 아이디어의 처음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두 팀이 디지털화된 차량을 함께 만든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 기술과 감성의 통합을 통해 최고의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집세 회장은 BMW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그는 “BMW는 완전히 새롭고 비전통적인 아이디어를 추구한다”며 “이는 스타트업이 운영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BMW를 기존 경쟁업체와 차별화하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운행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초기엔 보조금을 ‘자동차’가 아니라 ‘배터리’에 지급했다. 전기차를 폐차할 때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문제는 중고 전기차를 수출할 때 생긴다. 등록 말소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터리를 반납할 수 없다. 중고 전기차에서 배터리만 뺀 채 수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조금이 배터리가 아니라 자동차에 지급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국내 전기차산업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 수준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그런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서 논란이 일었다. 초기엔 전기차라면 차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절대평가 방식이었다. 배터리를 장착하고, 외부 전원으로 충전하며 전기로 바퀴가 굴러가면 됐다. 그러나 소비자 관심이 가격과 주행거리로 옮겨가며 보조금 차별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가격, 주행거리 등 조건이 추가됐고, 이를 충족하느냐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달라지는 상대평가로 바뀌었다. 1회 충전 때 주행거리 역시 추운 날과 더운 날로 측정 조건이 세분화됐고, ㎾h당 주행할 수 있는 효율도 기준이 됐다. 가격 구간도 설정해 비싼 전기차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올해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없던 전기차 서비스센터 숫자, 전기차의 외부 활용성,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까지 보조금 지급 조건에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활용성과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다. 활용성은 흔히 ‘V2L’로 부르는 기능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내장된 전력을 외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현재는 국산 차에만 적용돼 수입 전기차에 불리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게다가 활용성은 ‘대기질 개선 및 산업 촉진’이라는 보조금 지급 명분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국산 차 밀어주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환경부도 활용성 조건에는 보조금을 15만원만 책정했다.또 다른 갈등 항목은 전기 버스의 에너지 밀도다. 전기를 많이 담으면 500만원, 그렇지 않으면 250만원을 주겠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발끈했다. 이 조건을 적용하면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이에 환경부는 에너지 밀도의 최소 조건은 보조금 지급 여부만 판단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보조금 액수에 차등을 둔 것은 배터리 기술을 혁신하고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도 했다. 중국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데 우리는 왜 줘야 하느냐는 국내 여론도 고려된 선택이다.사실 보조금 차별 정책은 중국 정부가 먼저 시작했다. 한국산 배터리에 중국산이 밀릴 것을 우려해 중국 내에선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주지 않는 게 아니란 줄이겠다는 입장인데도 양국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중국산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제로(0)’로 내리지 못하는 것은 중국이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배터리 원자재와 소재 등이 중국에서 온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중국이 원자재 및 소재 공급을 줄여버리면 국산 전기버스를 제조하지 못할 수 있다. 환경부가 보조금 조건 확정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발표를 미룬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분석된다.권용주 퓨처모빌리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