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7 M50i, 근육질 외관에 포효하는 엔진음…시속 100㎞까지 4.7초
그야말로 ‘용맹한 장수’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근육질의 외관과 질감, 맹수의 포효 같은 엔진음,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주행 성능까지 고대의 ‘전사’ 느낌을 물씬 풍겼다. ‘BMW X7 M50i 섀도우 에디션’ 얘기다. 세계에서 500대만 생산돼 50대가 국내로 들어온 BMW의 한정판 기함이다.

지난 광복절 연휴, 이 크디 큰 녀석을 빌려 서울과 원주를 오가며 약 250㎞를 시승했다. 차를 처음 마주했을 때 외관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특수 페인트로 연출한 무광 컬러가 강인한 이미지를 더욱 배가했다. 유광 컬러였다면 이 정도의 위압감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시동을 걸자 ‘우르릉’ 하는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야수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다만 차 바깥에서 이 굉음을 듣는 이들에겐 조금 소리가 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달려보고 싶었다. V8 4.4L 트윈터보 엔진이 최고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4.7초. 이 육중한 차체의 ‘제로백’이 5초도 안 되면 축구로 치면 우람한 공격수가 속도까지 갖춘 셈이다.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곧바로 속도가 나왔다. 도로에 차량이 많아 끝까지 차를 밀어붙이지 못했지만 이 거구가 이렇게 민첩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조금만 밟아도 시속 100㎞가 나오는데, 그 이상으로 달릴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도심에서는 더욱 그랬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도로에서는 이 차의 힘이 조금은 과도했다. 살짝 페달을 밟아도 차가 튀어 나가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좋지 않은 승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잘 달리고 잘 서는 BMW의 DNA 양면이다. BMW의 기함을 즐기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실내는 6인승 구조다. 2열과 3열도 왼쪽과 오른쪽 좌석이 따로 떨어진 독립 시트를 적용했다. 엄청나게 큰 외관에 비해서는 실내 공간이 광활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이 차를 정숙한 패밀리카로 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힘 있는 차를 좋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1억6940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단점이다. 그러나 온라인 전용 판매 당시 두 시간 만에 ‘완판’될 정도로 한정판의 인기는 높았다. 아, 단점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덩치가 너무 커 주차가 힘들다. 비좁은 공간을 남겨줘야 하는 옆 차량에도 미안하지만 주차를 한 번에 성공시키기 어려울 때가 많아 조심스러웠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