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치솟았던 중고차 가격이 꺾이기 시작했다.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에다 금리 인상, 기름값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엔카에 따르면 7월 중고차 가격은 직전 월 대비 평균 국산차 1.3%, 수입차 1.0%씩 떨어졌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신차를 빨리 인도 받기 어려워지자 중고차 가격이 덩달아 뛰었는데, 지난 5월부터는 3개월 연속 중고차 가격이 내림세다.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있던 모델들 하락폭이 컸다. 이달 들어 국산차 기아 스포티지 디젤 3.14%, 르노코리아 SM6 가솔린 3.02%, 제네시스 G80 2.75%, 현대차 코나 2.23%씩 내렸다. 수입차 중에선 아우디 A6 디젤이 3.47%, BMW 3시리즈 2.88%, 벤츠 C클래스 1.76% 하락했다.

올 초만 해도 중고차 매물이 사라져 웃돈까지 얹어줘야 했던 카니발이나 더 뉴 쏘렌토 같은 인기 차량도 다시 매물 등록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고차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데다 금리 인상과 유류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박진우 헤이딜러 대표는 "최근 가솔린과 디젤 연료 등 고유가로 중고차 구매 수요가 위축됐다"며 "그동안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으로 크게 올랐던 중고차 시세가 자연스럽게 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2분기 중고차 이전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줄었다"며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연기로 올 5월 일시적 반등이 있었으나 지난달부터 다시 판매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피크아웃(고점 통과)에 대한 우려에 중고차 업체들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중고차 관련주 중 시가총액 1위 종목인 롯데렌탈의 현 주가는 3만9750원으로 공모가(5만9000원)를 32.6%나 밑돌고 있다. 신차 출고 대기가 길어지자 렌탈 업체들이 수혜를 보면서 지난 4월 '깜짝 반등' 했지만 이후 본격 금리 인상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나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케이카와 SK렌터카 주가도 올 들어 각각 44.2%와 22.2% 떨어졌다.

신차 출고 지연과 원자재 가격 급등의 반사수혜로 크게 올랐던 중고차 가격이 올 초 '피크'를 찍고 내림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 동향을 알 수 있는 맨하임지수는 7월 221.5로 2019년 1월 대비 63.6% 급등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로 범위를 좁히면 1월(236.3) 고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전환한 상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