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카니발
기아 카니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심화한 차량 출고대란이 2년여 만에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현대자동차·기아의 주요 차종 출고 대기기간이 대형 모델을 중심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반도체 등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 수급 개선이 주요 원인이지만, 할부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소비자들은 차량을 보다 빨리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수요 감소가 본격화할 경우 완성차 업계 실적에는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줄어드는 주요 차종 출고기간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준대형 세단 K8(3.5 가솔린 기준)은 계약 후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난달 6개월에서 이달 들어 3개월로 짧아졌다. 10개월 걸리던 카니발 가솔린 모델은 이달 들어 5개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개월에서 17개월로 줄었다.

현대차 모델은 싼타페(디젤)가 9개월에서 8개월로, 그랜저(2.5 가솔린)가 6개월에서 5개월로, 쏘나타(1.6 가솔린)가 3개월에서 2개월로 단축됐다. 출고기간이 유지되거나 늘어난 차종도 있지만 주요 모델의 출고기간 단축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경색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신차 출고대란 완화는 우선 생산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량은 지난 2월 21만3025대에서 지난달 27만7501대로 6만 대 이상 증가했다. 2월 이후 4개월 연속 생산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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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부품 수급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인편으로 캐리어에 부품을 담아올 정도로 반도체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1차 협력사에 부품 공급을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르네사스, 인피니언 등 해외 반도체업체와 직접 장기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완성차 생산량은 하반기 들어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3분기와 4분기 예상 생산량이 70만 대 중후반이라고 밝혔다. 60만 대 후반이던 2분기보다 10만 대가량 증산을 예상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개선세가 확연하다”고 전했다.
○고금리·경기침체에 수요 꺾이나
차량 생산이 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는 건 나쁠 게 없다. 최악의 출고대란에 시달렸던 소비자들도 더 빨리 차량을 인도받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고유가, 고금리,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수요가 침체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기아는 이달 들어 영업직을 대상으로 계약만 성사시켜도 인사평가에 활용되는 포인트를 지급했다. 올 들어 매달 증가하며 4월엔 5만 대까지 돌파했던 내수 판매량이 5월(4만5663대)과 6월(4만5110대) 두 달 연속 감소하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신차 계약은 취소가 자유롭기 때문에 보통 출고가 완료된 뒤에 완성차 업체가 영업사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왔다. 특히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판매량은 줄었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일선 영업직원은 “대형 차량부터 수요가 확연히 줄기 시작했다”며 “주가 하락 등으로 경기 침체를 실감하면서 차에 돈을 쓸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급등한 할부금리도 부담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기아 카니발 신차를 구입할 때 할부금리(하나캐피탈·60개월 기준)는 올 1분기 연 3.86%에서 2분기에는 최저 4.6%, 최고 8.0%로 뛰었다.

수요 침체 속도가 빨라질 경우 완성차 업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량 감소에도 두터운 수요를 기반으로 차량 가격을 올리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박준홍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한국기업신용평가팀 이사는 “소비 감소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가전, 자동차 등 여러 내구재 소비가 약화돼 하반기 기업 실적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