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쌍용차 디자인 담당 상무. 사진=쌍용차
이강 쌍용차 디자인 담당 상무. 사진=쌍용차
"쌍용자동차가 갈 길은 무쏘·코란도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발전하겠습니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 담당 상무(56·사진)는 지난 29일 경기 평택 쌍용차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 비전·철학 미디어 설명회에서 "대한민국 추억의 명차 5대 중 2대가 무쏘와 코란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상무는 "옛 코란도의 디자인 방향성을 추구하고 싶다. 앞으로 나올 차량에는 정통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타일을 많이 담겠다"면서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할 것"이라고 했다.
토레스. 사진=쌍용차
토레스. 사진=쌍용차
쌍용차가 2018년 코란도 이후 4년 만의 신차 토레스를 기점으로 디자인 비전·철학을 재정비했다. 쌍용차의 새 디자인 비전·철학은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Powered by Toughness)'. 강인하고 터프한 디자인을 지향한다. 이를 완성하기 위한 4가지 주제로 '구조적 강인함' '예상 밖의 기쁨' '강렬한 대비' '자연과의 교감' 등을 내세웠다. 한때 둥글둥글한 디자인의 티볼리와 뉴 코란도로 승부수를 던졌던 쌍용차지만, 반짝 흥행에 그치면서 과거 무쏘·코란도(구버전) 정신을 되살려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워드 바이 터프니스'는 다음 달 초 공식 출시될 토레스에 처음 반영됐다. 토레스 디자인은 '정제된' 강인함을 강조했다. 정통 SUV보단 대중적 디자인으로 다양한 소비자층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후면부를 스페어 타이어가 아닌 이를 형상화한 가니쉬로 마무리해 정통 SUV의 느낌만 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상무는 "오프로드를 잘 달리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자금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안정성을 택한 셈이다.
쌍용차 KR10 디자인 스케치. 사진=쌍용차
쌍용차 KR10 디자인 스케치. 사진=쌍용차
새 디자인 철학은 쌍용차가 향후 선보일 중형 SUV 'KR10'(프로젝트명) 등 모든 신차에 적용된다. 토레스의 전기차 버전 'U100'(프로젝트명) 등 전기차에도 마찬가지로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KR10은 코란도 디자인을 계승한다. 이 상무는 KR10을 디자인하면서 "쌍용차 브랜드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를 비롯해 쌍용차에 거는 고객들의 기대치, 고객 경험 등 3가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의 철학은 '로드 투 어드벤처(Road to Adventure)'다. '고객의 자유로움과 또 다른 세상으로의 모험을 완성한다'는 슬로건 아래 전 차종 디자인을 설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옛 무쏘와 코란도의 헤리티지를 잇는 디자인으로 과거 SUV 명가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구상을 내비친 것이다. 경영 정상화가 최우선 과제인 쌍용차에게 이같은 새 디자인 기조가 얼마나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달 13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토레스의 사전계약 대수는 같은달 27일 기준 2만5000대를 넘겼다. 사전계약 하루 만에 1만2383대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쌍용차는 역대 사전계약 최대 실적을 썼다. 쌍용차가 사전계약에서만 1만대 이상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이번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토레스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전기차 등 추가 모델 개발을 차질 없이 수행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평택(경기)=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