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신임 사장이 GMC 시에라 드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신임 사장이 GMC 시에라 드날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한국GM) 노사가 2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돌입했다. 노조는 실적 개선 등을 근거로 임금과 복지 혜택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경영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험로가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 '2022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약 1694만원) △후생복지·수당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의 공장별 발전방안 등이 요구안에 담겼다.

노조는 한국지엠과 GM해외사업부문(GMI)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개선된 점을 근거로 이 같은 요구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조는 오는 11월 이후 가동 중단 예정인 부평2공장에 대해 전기차 생산 유치를 위한 협상에도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사측은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여전하다는 점,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 중국의 방역 봉쇄와 저조한 경제성장 등에 따른 경영난 가중을 이유로 노조 요구안 수용이 어렵다는 의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로베르토 렘펠 한국지엠 신임 사장은 전날 'GM 브랜드 데이'에서 "점차 개선되고는 있지만 부품 부족 문제는 여전해 생산차질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며 "과거에 직면했던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엄격한 비용관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의 완성차 생산량은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은 지난해 1분기 8만6399대에서 올 1분기 약 6만408대로 30% 넘게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한국지엠은 8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가동 중단을 앞둔 부평2공장이다. 사측은 부평2공장 가동 중단 시기를 8월에서 11월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 부평2공장에선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지만, 말리부는 판매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트랙스는 '단종설'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부평2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11월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이 "한국에선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은 상태다.

노사도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전날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12차 교섭에서 임협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협 관련 일괄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양보만 바라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하고, 오는 28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1일 전 조합원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노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 등을 고려해 임단협 협상을 분규 없이 신속하게 마무리한 바 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3년간 무분규로, 기아는 10년 만에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각각 타결했다. 한국지엠도 3년 만에 무파업으로, 르노코리아 역시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