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슈퍼 스포츠카의 표본
-고성능 초점 맞춘 세 가지 주행 모드

달리기에 진심인 람보르기니가 특별한 차를 선보였다. 공도에서 레이스 카의 드라이빙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V10 슈퍼 스포츠카 '우라칸 STO'가 주인공이다. 새 차는 지난 11월 글로벌 론칭과 함께 수 많은 람보르기니 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근육질의 차체와 공력 성능을 극대화한 디자인, 최신 파워트레인 기술 등이 조화를 이뤄 브랜드 정체성을 일깨워줬다는 평이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그래서 우라칸 STO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인제 스피디움 서킷을 찾았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부분은 단연 디자인이다. 지금까지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선과 굴곡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코팡고다. '코팡고(Cofango)'는 보닛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코파노(cofano)'와 펜더를 의미하는 '파라팡고(parafango)'를 합친 단어다.

앞 보닛과 펜더, 앞 범퍼가 하나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차체를 의미한다. 엔지니어들은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세스토 엘레멘토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해당 부품은 가벼울 뿐 아니라 모터스포츠에서 교체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 보닛에 새로 만든 공기 덕트는 중앙 라디에이터를 통과하는 공기 흐름을 늘려 엔진 냉각을 개선한다. 또 코팡고에는 새로운 앞 스플리터도 포함하고 있어 공기 흐름을 새로 설계한 차체 하부를 거쳐 뒤 디퓨저까지 이어지도록 유도한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또한 휠 하우스에서 빠져나가는 공기 흐름을 극대화하는 루버를 거쳐 앞 펜더 위를 흐르는 공기가 차체를 누르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 휠 하우스 안쪽 압력을 낮추고 앞쪽 다운포스를 높인다. 코팡고의 옆 단면은 앞 바퀴 주변 공기 흐름을 유도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형태다.

뒤 보닛 설계도 개선됐다. 아래 부분의 냉각 성능이 높아지도록 일체형 공기 배출구를 추가했다. 또 전용 공기 디플렉터는 엔진 및 배기구 온도에 따라 공기 흡입 통로를 거쳐 들어오는 대부분의 공기 흐름을 조절한다.

일체형 샤크 핀은 특히 코너링 상황에서 STO의 주행 특성을 개선한다. 흘러 들어오는 공기 흐름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기에 핀 양쪽으로 만들어지는 압력이 달라져 회전 주행 안정성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 이와 함께 스포일러 방향의 공기 흐름을 곧게 만들어 코너링 때 효율을 높인다. 즉 멋과 기능을 모두 잡은 신통방통한 장치인 셈이다.

실내는 기존 우라칸과 동일한 모습으로 제법 익숙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세로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각종 토글 버튼도 마찬가지다. 반면 도어 패널을 비롯한 곳곳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탄소섬유의 양을 늘렸고 알칸타라 조합으로 역동적인 성격을 극대화했다. 실제 우라칸 STO는 퍼포만테보다 20% 더 가벼운 앞 유리를 달았고 단위 무게당 강도가 가장 높은 마그네슘 휠이 채택돼 경량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1,339㎏까지 무게를 낮출 수 있었고 이는 퍼포만테보다도 43㎏ 더 가벼워진 수치다.

우라칸의 터치스크린에 구현된 새로운 휴먼 머신 인터페이스(HMI) 그래픽은 주행 모드 표시 기능, LDVI 시스템, 타이어 압력 및 브레이크 온도 등 차의 주요 기능을 관리하는 데 쓰인다. 텔레메트리 시스템(Telemetry system)은 완벽한 연결 기능을 통해 운전자가 우라칸 STO로 트랙을 달릴 때 자신의 성능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은 물론 람보르기니 UNICA 앱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운전석 뒤에는 거대한 자연흡기 V10 엔진이 들어있다. 최고 640마력, 최대토크 57.7㎏∙m를 발휘하며 출력 대 중량비는 2.09㎏/hp 에 이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시간 3초, 시속 200㎞까지 9초 만에 주파한다. 반대로 시속 100㎞에서 정지상태까지 제동거리는 30m 밖에 되지 않으며 최고속도는 시속 310㎞를 넘는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동을 걸면 우렁찬 소리가 실내 울려 퍼진다. 이후 숨을 죽이는데 이마저도 웅장한 공명음이 귓가를 자극한다. 가속 페달은 생각보다 묵직하다. 스로틀을 서서히 여는 과정도 한결 매끄럽고 차분하다. 높은 숫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차의 진가를 알아보기 위해 트랙에 들어가 속도를 올렸다. 기대했던 만큼 거친 성격과 과감한 파워트레인 반응을 앞세워 운전자를 압도한다.

넓어진 휠 트랙, 단단해진 서스펜션 부싱, 전용 안티롤 바와 마그네라이드 2.0 등을 갖춘 만큼 레이스카의 모든 감성을 전달한다. 엔진은 페달 조작이 곧바로 스로틀 작동에 반영되는 느낌과 고회전 영역에서 더욱 날카롭도록 개선된 엔진 소리로 매우 스포티하다. 또 반응이 뛰어난 경주차 느낌을 주도록 조율했다. 변속 속도는 매우 뛰어난 반응과 재빠른 변속을 뒷받침하도록 한층 더 빨라졌다.

람보르기니 후륜 조향 기능을 포함해 더욱 직관적인 고정 기어비는 조작할수록 예술로 다가온다. 레이싱 환경은 물론 운전자와 차, 트랙 사이의 관계를 보다 밀접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덕분이다. 운전자는 손끝으로 차의 반응을 느끼며 아스팔트와 완벽하게 교감한다. STO의 레이스카 유전자와 기술은 모든 면에서 그 능력이 더욱 커지며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아 나갈 수 있다. 커브를 빠져나갈 때에는 접지력을 극대화한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오직 고성능 환경에 초점을 맞춘 주행모드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크게 STO와 트로페오, 피오자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먼저 기본 모드인 STO는 일반 도로 주행과 커브가 이어진 길에서 즐거움을 위해 마련했다.

람보르기니의 주행 특성 제어 시스템인 LDVI 시스템의 모든 요소는 각종 도로 조건에 알맞게 최적화됐고 일반 도로에 맞춘 서스펜션 설정과 어우러진다. 완전 능동식 ESC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제할 수 있으면서도 운전을 돕는 기능은 유지한다.

반면 트로페오 모드에서는 모든 시스템이 마른 아스팔트 노면과 트랙 최고속 기록을 내는 데 최적화된다. LDVI는 전용 토크 벡터링과 고성능 구동력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ESC 온(ON) 모드에서는 직진 가속 때 최상의 성능을 보장한다. 반대로 ESC 오프(OFF) 모드에서는 최고속 기록을 내는 데에 알맞게 날 것의 성격을 전달한다.

피오자 모드는 구동력 제어 기능, 토크 벡터링, 후륜 조향, ABS 기능을 젖은 아스팔트 노면에 최적화된다. 구동력 제어 기능과 제동 시스템은 접지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엔진 토크를 낮추도록 조율됐다. 이와 함께 LDVI 시스템은 젖은 노면에 필요한 토크만 전달하도록 정확하게 상황을 예측한다. 토크 벡터링은 낮은 접지 상태를 반영해 코너링 특성을 조절하는 한편 서스펜션은 접지력을 극대화하고 하중 이동 특성이 높아지도록 조율했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모드별 차이가 너무나 확고해 완전히 다른 차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성격이 극명한 덕분에 상황에 맞춰 최상의 즐거움을 받을 수 있다. 화끈한 파워트레인과 함께 안정적인 자세에서도 깊은 감명을 받는다. 공기를 다루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우라칸 퍼포만테와 비교해 전체 공기흐름 효율은 37% 개선됐고 다운포스는 획기적인 수준인 53% 증가를 이뤘다. 여기에 강성을 높이기 위해 단일 요소로 만든 복잡한 구조를 활용하는 한편 외부 패널의 75% 이상에 탄소 섬유를 사용했다. 고속 커브는 물론 한계로 몰아붙여도 바닥에 바짝 붙어 안정적인 포물선을 그려내는 이유다.

제동 시스템의 경우 탁월한 내구성을 위해 F1에 적용한 전문적 소재 기술을 CCMR 브레이크에 반영했다. CCMR 브레이크 디스크는 열전도율이 4배 높다. 외부 환경에 대한 저항력은 일반적인 카본세라믹 대비 60% 더 높고 최대 제동력은 25%, 주행 방향 감속률은 7% 높아졌다.

이에 따라 모든 주행 조건에 강력한 제동 특성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스포티한 제동감은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고 트랙 주행에도 최적화돼 있다. 또 새로운 브레이크 온도 예측 알고리즘(BTM) 덕분에 운전자는 계속해서 제동 시스템 온도를 확인할 수 있으면서 브레이크 수명 범위 내에서 시스템의 마모 정도를 관리할 수 있다.
[시승]짙은 레이싱 DNA, 우라칸 STO

우라칸 STO는 잠재된 레이싱 DNA를 가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성능을 구현한다. 좋은 길만 만나면 운전자야말로 길 위에서 가장 큰 웃음을 짓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신 공학 기술의 집약체이며 속도를 높일수록 차의 능력은 배로 커져 다가온다.

화끈한 가속감과 터질듯한 소리, 그럼에도 한계점에 도달했을 때 느껴지는 침착하고 안정적인 자세까지 모든 게 이상적이다. 공도를 달리는 레이스카와 함께라면 모든 순간이 짜릿하다. 우라칸 STO의 가격은 4억원대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