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 '뉴 포드 브롱코 미디어 쇼케이스'에 전시된 뉴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S팩토리에서 열린 '뉴 포드 브롱코 미디어 쇼케이스'에 전시된 뉴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포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브롱코는 1996년 단종 이후 25년 만에 2세대 모델로 부활한 미국산 정통 오프로더다. 재출시하면서 1세대 디자인 헤리티지는 이었지만 1세대와 달리 온로드를 아우르는 주행 성능을 갖췄다. 2020년 북미 시장에 투입됐고, 국내 시장엔 반도체 수급 차질 여파로 올해 3월 들어왔다.

지난달 23~24일 서울 도심 곳곳과 서울 서초동에서 경기 남양주 운길산 소재 수종사까지 왕복 118km를 주행했다. 브롱코는 빅벤드, 블랙다이아몬드, 와일드트랙, 배드랜드스, 아우터뱅크스 등 다양한 트림으로 구성됐다. 단 국내엔 4도어 하드탑 아우터뱅크스 단일 모델만 출시됐다.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주행하면서 랜드로버 디펜더90이 떠올랐다. 두 차종은 오프로드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온로드까지 범용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브롱코가 좀 더 오프로더의 면모가 남아 있다고 느껴졌다. 'GOAT 시스템'부터 '고성능 오프로드 안정성 서스펜션', '트레일 툴박스' 등 오프로드를 위한 갖가지 기능이 오프로드 SUV로서 매력을 한층 풍부하게 했다. GOAT 모드는 노멀, 에코, 슬리퍼리, 샌드, 머드, 스포츠까지 지형에 맞는 6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사진=신현아 기자
사진=신현아 기자
덕분에 경사가 만만찮은 수종사를 향하는 길이 든든했다. 주행 모드를 머드로 전환하고 구동방식을 4L로 바꾸니 소형 SUV와는 달리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졌다. 이 차의 구동방식은 2H, 4H, 4L, 4A 등 4가지가 있다. 이중 4L가 저속에서 높은 토크로 4개 바퀴를 힘있게 굴리는 사륜구동 오프로드 전용 모드다.
포드 브롱코를 타고 수종사에 오르고 있다. 영상=신현아 기자
포드 브롱코를 타고 수종사에 오르고 있다. 영상=신현아 기자
운길산 중턱에 위치한 수종사로 가는 길은 경사가 30~40도로 가파른 데다 외길이라 비좁다. 포장도로이나 노면이 고르지 않아 보통의 차로는 오르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브롱코는 단단한 차체와 유연하게 세팅된 서스펜션 덕에 험난한 노면도 부드럽게 넘겼다.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포드 브롱코. 사진=신현아 기자
온로드에서의 브롱코는 탄탄하지만 둔탁하다. 가속할 때 반응이 반 박자 느리지만 한 번 가속도가 붙으면 매끄럽게 속도를 높인다. 승차감 역시 부드러운 편이다. 물론 세단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컴포트형 SUV 수준은 된다. 과속방지턱을 거칠게 넘어도 충격에서 자유롭다.

시트 포지션이 높은 데다 대시보드가 낮아 시야 확보에도 유리하다. 오버행 역시 짧아 복잡한 도심 속에서 운전하기 편리하다. 다만 잔진동이 살짝 느껴지고, 속도를 높일수록 풍절음이 실내로 크게 유입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시스템, 차량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360도 카메라,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 등 주행보조·편의 기능을 장착해 일상 주행의 편의성까지 잡았다.

이 차는 2.7L V6 에코부스트 트윈 터보차저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5kg.m의 동력 성능을 낸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8.2km, 주행을 마친 후 확인한 연비는 L당 7.1km에 그쳤다. 도심 주행과 고속 주행 비율이 각각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효율이다.
포드 브롱코. 창문 스위치와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 센터 콘솔 아래 자리했다. 사진=신현아 기자
포드 브롱코. 창문 스위치와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 센터 콘솔 아래 자리했다. 사진=신현아 기자
외관은 투박하면서도 개성 넘치고 '힙'하다. 도로에 나가면 시선을 한 눈에 받을 정도다. 2세대 디자인은 1세대 고유의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동그란 헤드램프, 각진 브롱코 레터링 그릴 등은 브롱코만의 정체성이다. 짧은 전·후면 오버행, 높은 전고로 오프로더의 면모도 갖췄다. 차의 전고는 1930mm로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1750mm)보다도 높다. 외장 색상인 칵투스 그레이는 이 차만의 트렌디한 감성을 끌어올린다.

4개의 문과 지붕을 간편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조립식 형태도 신형 브롱코만의 특징이다. 차 문 쪽에 창문을 닫는 스위치와 사이드미러 조작 버튼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스위치는 콘솔 박스 아래에 자리했다. 조작하긴 불편하지만 적응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포드 브롱코 1열. 사진=신현아 기자
포드 브롱코 1열.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도 투박함과 트렌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기어봉과 버튼식 공조 장치 버튼은 예스러움에 큼지막하게 자리한 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클러스터로 요즘스러움이 공존한다. 디지털 클러스터를 오프로드 차량에 장착했다는 것만으로 높이 살 만 하지만 정작 디스플레이 구성이 조잡해 시인성이 떨어진다.

너트와 볼트 등 철제 구조물이 훤히 드러나는 디자인과 대시보드 양쪽의 손잡이는 이 차가 오프로드 차량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비상등 버튼과 스티어링 휠 버튼 등 오염에 취약한 부분을 실리콘 처리한 점도 눈에 띈다. 편의 기능으로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이 가능하며,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한다.

1~2열 공간은 기대했던 것만큼 넓진 않다. 브롱코의 전장은 4810mm, 휠베이스는 2950mm로 긴 편이나 공간을 트렁크에 많이 할애한 모습이다. 아웃도어를 지향하는 차이기에 적재 능력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1008L, 2열을 접으면 2197L까지 확보된다. 브롱코 아우터뱅크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적용 기준 690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