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내 G80 실내엔 빨간 우드를 넣어주세요"
영국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벤틀리는 ‘나만의 차’를 원하는 수요에 대응해 2014년 비스포크 조직 뮬리너를 출범시켰다. 인테리어 옵션을 무제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뮬리너 주문 건수는 2020년 대비 세 배로 증가하며 누적 1000건을 넘어섰다.

초고가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586대를 판매하며 117년 역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소비자 맞춤 서비스인 비스포크 모델이 ‘완판’ 행진을 이어간 덕분이다.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비스포크 사양을 전격 출시하는 이유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연내 ‘원오브원(one of one)’이라는 이름으로 비스포크 사양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제조사가 획일적인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보다 트렌드가 없는 것이 트렌드”라며 “소비자가 컬러와 소재 등 디자인부터 기능까지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우선 내장 디자인부터 소비자 선택권을 획기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G80는 현재 내장 컬러, 재질, 인테리어 옵션 등에서 3~5가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2~3배 이상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내장에 불가능한 빨간색과 우드의 조합도 가능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는 무제한 선택권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단독] "내 G80 실내엔 빨간 우드를 넣어주세요"
제네시스는 이어 외장 컬러, 재질 선택권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까다로운 국내에 먼저 비스포크 사양을 선보인 뒤 해외 시장에 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G70, G80, G90 등 세단 라인과 GV60, GV70, GV8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에서 모델에 상관없이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G90에만 포함되는 옵션을 G70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제네시스는 비스포크를 통해 세계적 명차 반열에 올라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선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출범 5년여 만인 지난해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 대를 넘어서며 럭셔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기 때문이다. 국내 고급차 시장에선 이미 왕좌에 올랐고 미국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선 상황이다.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완전 독립 형태의 딜러망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위한 독립딜러는 미국 딜러사 입장에서도 수십억원의 투자비가 필요해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설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보통이다. 제네시스는 미국 내 20개 이상 지역에서 독립딜러를 구축 중이며, 장기적으로 70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제네시스가 비스포크를 본격화하면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혼다의 아큐라 등 경쟁 브랜드와의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전기차와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일본 고급 브랜드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