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 우주서 돌아온 탄소섬유로 제작한 NFT '스페이스 키'. /람보르기니 제공
람보르기니, 우주서 돌아온 탄소섬유로 제작한 NFT '스페이스 키'. /람보르기니 제공
대체불가토큰(NFT)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업계도 관련 NFT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람보르기니는 최근 '스페이스 키'라는 이름의 NFT를 내놨다. NFT는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진 그림·사진·동영상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소유권을 표시한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을 적어둔 등기부등본 같은 것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디지털 상에서도 이론적으로 복제나 해킹이 불가능하다.

람보르기니가 발행한 NFT에는 람보르기니의 첨단 탄소섬유 복합소재 조각이 포함돼 있고 여기에 QR코드가 삽입돼 있다. 총 5개 한정으로만 제작된 이 NFT는 람보르기니가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보낸 첨단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었다. 람보르기니 소재 실험 역사에 새 이정표라는 '희소성'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스위스 사진작가 파비앙 외프너의 사진 작품인 '시공의 기억(Space Time Memory)'으로 연결된다. /람보르기니 제공
QR코드를 스캔하면 스위스 사진작가 파비앙 외프너의 사진 작품인 '시공의 기억(Space Time Memory)'으로 연결된다. /람보르기니 제공
5개의 스페이스 키에 심어진 QR코드를 구매자가 스캔하면 스위스 사진작가 파비앙 외프너의 사진 작품인 '시공의 기억(Space Time Memory)'으로 연결된다. 이 작품은 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울티매 모습이 담겨있다. 소더비와 함께 진행한 경매에서 이 NFT는 개당 약 2억4200만원에 낙찰됐다.

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람보르기니도 메타버스 시대에 진입함으로써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며 "NFT 세계는 람보르기니를 원했으며, 람보르기니는 매우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공동체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G 클래스' 기반 NFT. /니프티게이트웨이
메르세데스-벤츠 'G 클래스' 기반 NFT. /니프티게이트웨이
메르세데스-벤츠도 NFT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벤츠는 지난달 음악, 패션, 그래픽 디자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G클래스 기반의 NFT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아티스트들은 벤츠 G클래스 모델 기반으로 떠올린 영감을 통해 각자의 영역에서 예술작품을 발표하고 벤츠는 이를 디지털자산화하는 방식이다.

이 NFT는 NFT 플랫폼인 니프티 게이트웨이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포르쉐가 블록체인 기술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최초의 포르쉐용 디지털 아트워크. /포르쉐 제공
포르쉐가 블록체인 기술인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최초의 포르쉐용 디지털 아트워크. /포르쉐 제공
포르쉐는 아예 NFT 자회사 '포워드31'을 지난해 설립했다. 포르쉐는 이곳에서 올드카 기념카드나 독일 축구선수들의 소장품 NFT를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 '타이칸'을 새로운 예술품으로 만들어 이를 이더리움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화에 판매했다.

영국 슈퍼카 업체인 맥라렌의 경우 부품을 NFT로 만들어 이를 모으면 디지털 상에서 하나의 레이싱카 NFT를 갖도록 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들이 NFT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향후 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에 대한 '전조현상'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 구매 또는 전기차 충전 시 토큰을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소프트웨어 보안에 블록체인 기술을 쓰는 식이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차량 구매에 비트코인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최재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동안 디지털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한계가 많았지만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이 같은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며 "자동차도 NFT를 활용한 거래 실증 방식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