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럭셔리 세단 S90를 타봤다. 2020년 부분변경을 거치며 한층 널찍해진 이 차는 편안한 주행감, 기품 있는 외관까지 동급 경쟁 차종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단점을 찾기 어렵다. 수입차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내비게이션 성능도 '국민 내비' 티맵 도입으로 개선해 돌아왔다.
볼보 S90. 사진=신현아 기자
볼보 S90. 사진=신현아 기자
지난 19일 볼보 S90 B5 인스크립션 모델과 함께 서울 도심 곳곳과 올림픽대로·강변북로 약 60km를 누벼봤다. 서울 도로 사정상 막히는 구간,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올림픽대로·강변북로)을 모두 체험하며 차의 상품성을 따져봤다.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티맵모빌리티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진=티맵모빌리티
이번 연식변경의 핵심은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볼보가 한국 시장을 위해 SK텔레콤과 3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시스템으로 사용이 손쉬웠다. 별도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아리아'라고 부르면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비서가 자동으로 원하는 기능을 실행시킨다.

공조, 내비게이션, 라디오, 전화와 같은 주행 중 많이 사용하는 기능의 경우 '아리아'를 소환하면 웬만한 건 해결된다. 무료도로를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 무리 없이 경로를 설정하는 등 구체적 지시도 척척 해냈다. 볼보에 따르면 음성 인식률은 96%에 달한다. 앞으로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더 많은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던 볼보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티맵 내비게이션은 운전 스트레스를 확실히 덜어줬다. 최적화된 경로 설정으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보이는 도로 사정도 운전자가 유연하게 도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지도를 풀사이즈 화면으로 12.3인치 계기판에서 넓게 볼 수도 있다는 점도 주행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다.

무엇보다 볼보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구나 싶었다. 기존에는 내비게이션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탓에 경로를 더 많이 보여주는 세로형 디스플레이의 특징이 그리 부각되지 못했는데 티맵 적용 후 장점을 십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볼보 S90.사진=신현아 기자
볼보 S90.사진=신현아 기자
시동을 걸면 전기차가 아닌데도 생각보다 조용하다. 엔진이 개입되는 지점에서도 소음이 크지 않았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된 B5 엔진 영향으로 보인다. 전기 모터가 구동에 있어 큰 역할을 하지 않는 게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지만 엔진 부하를 일부 줄여주는 데는 어느정도 역할을 하는 듯했다.

B5 엔진은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출력 35.7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데일리카나 패밀리카로 부담스럽지 않은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필요할 땐 적당히 힘을 내줄 줄 알았다. B5 모델이 S90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S90 B5는 전체 S90 판매량의 66%를 차지한다.

승차감이나 주행 질감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하기보다 물렁한 쪽에 가까운 차다. 하지만 이 느낌이 고속 주행으로까지 이어지진 않는다. 눈이 많이 오던 시승 당일 언덕길을 오를 때 바퀴가 헛돌며 불안한 모습도 보였지만 고속 주행에서나 일상 영역에서나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전륜구동 모델이지만 차가 길고 낮게 설계돼 땅에 붙어가는 느낌도 든다. 이 차의 전장은 5m가 넘는다.

시속 10km 안팎에서 가속이 반 박자 느린 모습을 보인 점은 아쉽다. 출발할 때 정도 14마력의 출력을 지원하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한계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복합 연비는 L당 11.2km. 실제 1박 2일 동안 주행한 후 확인한 연비는 10.9km/L에 그쳤다. 고속도로 주행보다는 도심 위주 시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연료 효율이다.
볼보 S90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볼보 S90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실내공간은 "성인 남성 4명이 타도 여유롭다"는 후기가 더러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이 차의 전장은 5090mm,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060mm다. 이전 모델보다 각각 12cm가량 늘었다. 전장이 오롯이 실내공간을 늘리는 데 사용된 셈이다. 그중에서도 뒷좌석 레그룸이 유독 덕을 많이 봤다. 회사 측에 따르면 2열 레그룸은 직전 모델 대비 11.5cm 늘었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부터는 뒷좌석 통풍시트도 추가됐다.

외관은 클래식 럭셔리 세단의 감성이 느껴진다. 전면부에는 '토르의 망치'라고 불리는 헤드램프와 크롬 디자인의 수직형 그릴이 볼보차 정체성을 드러낸다. 전륜구동 모델치고 짧은 오버행은 어딘가 스포티한 느낌도 준다.

측면은 보닛부터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이 차를 더 길게 보이게끔 한다. 루프라인 실루엣은 우아하다. 전고가 낮아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후면 'ㄷ자형' 램프는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올드한 맛이 있긴 하지만 플래그십(기함) 세단이라는 이 차의 급을 감안하니 개인적으로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안전의 볼보' 답게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2', '시티 세이프티' 기능까지 안전·주행보조 기능이 빠짐없이 기본으로 들어갔다. 시티 세이프티는 차는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형 동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동하는 볼보만의 안전 시스템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앞 차와의 간격을 조절해 알아서 속도를 감속·가속하는 기능이다. 최대 시속 140km까지 지원한다. 2022년형 모델부터는 후방 물체를 감지해서 자동으로 제동하는 '리어 액티브 브레이크' 기능이 추가됐다.

편의기능으로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전동식 파노라믹 선루프,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볼보 S90 가격은 6150만원(B5 모멘텀)부터 시작한다. 시승차인 B5 인스크립션 모델은 모멘텀의 상위 모델로 크리스탈 전자식 기어노브,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 뒷좌석 암레스트 등이 추가된다. 가격은 6850만원이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